다시 그 길에 설 수 있다면, 혹시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나는 아마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쉽지 않은 여행이다.
15일간의 여행 중 7일을 길 위에 있었다. 퍼스에서 울룰루까지 2,046 km 2일 반의 시간, 울룰루에서 케이프 저비스까지 1,704km, 케이프 저비스에서 쥬리안 베이까지 2,973km 총 6,800km 을 자동차로 달렸다. 그리고 포트 오거스타에서 퍼스까지 길에서는 1,003km 서쪽으로 직진하라는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듣고 울며 웃었다. 이동하느라 자동차에서 보낸 7일의 시간이 너무 아까왔다.
물론 주유비도 엄청나게 지불했고 좁은 차에서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보내면서 많이 다투기도 했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대부분의 시간은 끝없는 무성영화 같았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마음이 힘들 때면 아웃백의 붉은 모래와 눈부신 파란 하늘이 떠올랐다.
끝없는 지평선 너머 해가 뜨고 해가 지던 시간이 그리웠다.
최악의 여행이었고 최고의 추억이었다.
2017년 새해, 남편은 2주 이상 무급휴가를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2달 안에.
우리 가족은 세계지도 앞에서 어디로 갈까 회의를 열었다. 추운 겨울이었고 따뜻한 여름의 뉴질랜드 밀포드 트래킹을 가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밀포드 트래킹은 1년 전 예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도 위의 연필이 뉴질랜드에서 조금 옆으로 향했고 갑자기 남편이 '울룰루'로 갈까? 하고 말했다. '울룰루'라는 지명은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들어본 지명이다. 세상의 배꼽인지 중심인지, 그곳으로 가고 싶어 했던 여주인공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계지도 위 '울룰루'에 머리를 맞대고 있던 나는 '어떻게 가려고?' 하고 물었고 남편은 '서쪽에서 자동차로 달리면 되겠네! 아웃백을 달려서'라고 대답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호주의 서쪽 도시 '퍼스'를 알게 되었고 퍼스에서 울룰루로 가는 길을 찾았다. 책에서, 블로그에서. 그런데 자동차로 퍼스에서 울룰루로 가는 여행은 쉽지 않아 보였고 여행을 했던 사람들도 찾을 수 없었다. 퍼스의 현지 여행사에 문의했다. 이메일로 내게 온 답은 퍼스에서 울룰루로 가는 자동차 여행은 추천할 수 없다며 비행기로 울룰루로 가던지 퍼스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여행 루트를 추천했다. 탐험가 문경수님의 '35억년 전 세상 그대로'라는 책을 찾았고 과학 탐험가의 호주 사막 조난 기를 읽었다. 탐험가들은 캠핑카에 GPS와 물탱크, 유류탱크, 탐험 도구를 가지고 아웃백을 탐험했다. 아웃백 길(Outback Way)에는 로드하우스라는 음식과 자동차 oil을 파는 작은 가게가 있고 이런 가게들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으며 로드하우스가 문을 닫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는 울룰루까지 자동차 여행 불가를 외쳤다.
그러나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나, 그리고 딸은 2017년 2월 5일 새벽, 퍼스에 도착했다.
첫날 퍼스 시내의 숙소와 사막을 달리기 위한 사륜구동 SUV 자동차, 4일 후 울룰루 숙소를 예약했다.
새벽 5시 퍼스 공항은 피곤한 여행자들과 여행자들의 가방을 모두 열어젖히고 수색하는 경찰들로 대 혼란이었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렌터카 사무실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자 추가 요금을 내고 풀 커버 보험과 내비게이션까지 갖춘 SUV 자동차를 빌려 퍼스 시내 호텔로 왔다. 퍼스 시내는 생각보다 작은 도시였고 시내 중심의 호텔에서 짐을 두고 아침 일찍, 퍼스의 가장 큰 도심공원 'Kings Park'로 향했다. 2월의 호주는 한여름이고 길가에 꽃들이 만발했다. 킹스파크는 식물원과 전쟁기념관이 있지만 우리는 바오밥 나무를 보러 갔다. 뿌리와 나무가 거꾸로 된 악마의 나무는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고 어린 왕자가 두려워할 만큼 무섭지 않았지만 13시간의 비행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뀐 초록의 풍경은 충분히 따뜻했다.
(바오밥 나무 Baobab)
' 바오밥나무' / 'KIngs Park'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퍼스 시내
킹스파크의 카페(The Botanical Cafe)에서 아침을 먹었다. 햇살이 점점 뜨거워지고 겁 없는 까마귀와 함께 푸른 잔디에 앉아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퍼스의 악동, 너무나 시끄러운 그러나 귀여운 까마귀)
19세기 모습을 간직한 프리맨틀(Fremantle)로 이동했다. 1850년대 서호주 정착 초기에 형성된 항구도시이고 오래된 건물과 호주의 역사인 형무소가 있다. 퍼스에서 차로 30분쯤 이동하니 퍼스와는 다른 모습의 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프리맨틀 마켓에 들러 과일을 사고 카푸치노 거리에서 호주의 커피 '플랫화이트(Flat White)'를 맛보았다. 플랫화이트는 기본적으로 커피와 우유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카푸치노, 카페라테와 비슷하지만 우유를 미세한 마이크로 폼 형태의 미세한 거품으로 만들고 에스프레소나 더블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진한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가 정착할 수 없었던 커피의 나라, 호주의 커피는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프리맨틀 Fremantle 거리 풍경)
(프리맨틀 카푸치노 거리의 카페 안에서)
프리맨틀 거리, 공원 한쪽에 재즈 페스티벌 표시와 함께 음악소리가 들렸다. 멋진 호주 청년들의 즐거운 표정이 싱그러웠다. 오래된 도시의 젊은 열기가 느껴졌다.
서호주의 퍼스를 검색하면서 TV '수요 미식회'의 호주 특집 프로그램에서 퍼스의 한 음식점의 햄버거를 너무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았다. 퍼스에서 20분을 달려 자동차 길과 기찻길 사이의 판잣집에서 드디어 TV에서 보았던 햄버거를 먹었다. 빵은 바삭하고 두터운 패티와 양상추, 계란, 토마토, 햄이 조화로운 영리한(?) 맛이었다. 나무랄 데 없는 맛이었지만, 13시간 비행에 지치고 우리나라와 다른 왼쪽 운전의 호주의 낯선 길을 달려 꼭 가서 먹어봐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평 없이 운전해주는 남편에게 미안했다. 그날 이후 방송 맛집에 대한 나의 열정을 내려놓았다.
(Alfred's Kitchen)
호텔로 돌아와 딸과 퍼스 시내를 잠깐 걸었다. 내일부터 알 수 없는 아웃백의 길을 떠난다. 기대와 불안이 함께 밀려온다. 거리의 나무에 분홍빛 꽃들이 만발하다. 아름다운 성모 성당, 세인트 메리스 대성당(Saint Mary's Cathedral)에 들어갔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여행자에게 기도가 필요하다.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