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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동 누나 Nov 07. 2023

그림 찾기를 해볼까! 런던 (2)

서펜타인 갤러리  / 서펜타인 파빌리온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


2023년 10월 15일



이보다 화창한 날이 있을까 싶은 찬란한 햇살이 하이드 파크를 감싼다. 일요일, 초록의 공원에는 사람들도 개도 다람쥐 역시 여유가 넘친다. 우리 집 막내 은동이를 데리고 오고 싶다. 하이드 파크와 켄싱턴 가든 경계에 위치한 긴 뱀 모양의 서펜타인 호수이름을 딴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로 걸어간다. 거대한 공원에 작고 아담한 갤러리가 살포시 인사를 건넨다.


공원의 멋진 집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입구에 들어서니 10월 5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의 조각전시가 열리고 있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독일 표현주의 화가, 현존하는 전후 독일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우리나라 타데우스 로팍 서울 개관 전으로 '가르니 호텔'에서 거꾸로 뒤집은 인물화를 보았고 작년, 그리고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어제, 프리즈 마스터즈에서도 그의 작품을 보았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전시 안내문을 보면 목조 조각품은 전동 톱, 도끼, 끌을 사용해 자르고 깎은 작품들이라고 한다.


서펜타인 갤러리의 작은 아트샵에서 나와 1분만 걸으면 바로 옆에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에 도착한다. 서펜타인 갤러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펜타인 파빌리온 (Sepentine Pavillion)의 건축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올해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레바논 태생 건축가 고트메의 작품 '아 타블르 (A Table)', 목재를 사용해 만든 친환경 건축물이다. '서 아프리카 말리에 있는 도곤족의 토착적인 오두막을 떠올린다.'라고 자료에 나와있다. A Table'는 프랑스어로 '테이블로 와 식사하라'라는 뜻이다. 매년 거대한 작품을 자료로 보았기에 오늘 파빌리온을 보았을때 이게 뭘까? 하고 잠시 주춤했었다. 그래도 좋다. 올해의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소박하지만 오히려 의미 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에서 나와 천천히 호수를 따라 다리를 건너자 세 번째 서펜타인 갤러리인 서펜타인 새클러 갤러리(The Serpentine Sackler Gallery)가 나온다.

   

'Third World: the Bottom Dimension'이라는 주제의 설치미술이며 직접 앉아서 게임에 참가할 수 있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웠다.


하이드파크 공원을 빠져나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V&A Museum)으로 걸어간다. 뮤지엄 카페에서 스콘과 커피로 당을 충전하고 로비 천장에 데일 치홀리 작품인 유리로 만든 샹들리에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 뮤지엄에 온 이유는 보티첼리의 그림과 존 컨스터블의 풍경화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뮤지엄 지도를 들고 멋지고 엄청난 규모의 뮤지엄을 돌고 돌았지만 보티첼리의 그림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직원에게 물어도 글쎄요! 보티첼리의 그림이 있다고요? 하는 멋쩍은 대답뿐이었다. 다시 지도를 들고 한 시간을 헤매었을까. 복도 그림들 사이에서 보티첼리의 그림을 찾았다.

Sandro Botticelli  /   Portrait of A Lady Known As Smeralda Bandinelli)

보티첼리의 섬세한 표현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눈빛과 옷감의 색감과 질감에서 보티첼리의 특징을 느낄수 있다. 인상적이다. 그림을 찾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다.

John Constable

컨스터블의 풍경화를 마주하고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 탈출했다. 빨강 2층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 첼시 거리에서 오늘의 마지막 사치 갤러리로 향한다. 현대 미술품 컬렉터인 찰스 사치는 자신이 수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자 사치 갤러리를 열었다. 영국의 YBA(Young British Artists)를 발굴하고 후원하여 영국에 현대미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사치갤러리는 들어서는 문도 정원도 아름답다. 입구에서 티켓을 산다.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겸 한국작가들 작품 위주의 아트페어가 오늘까지 열린다. 건물 가득 전시가 빛을 뿜어내고 있다.



멋진 첼시 거리를 빠져나와 2층버스는 저녁 하늘을 싣고 동쪽으로 달린다. 짧은 거리지만 거리의 풍경이 변하고 화이트채플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내린다. 오늘의 분주한 하루가 꿈같이 느껴진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아파트 13층 엘리베이터를 탄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표정 없는 여인의 초상화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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