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괜찮은 척, 그게 내 버릇이었어

"척이라는 굽, 고단한 전시적 인생"

by 루치올라

도도하고, 예쁘고,

화려해 보이는 하이힐.

그 속, 보이지 않는 내 발처럼.

남들이 알지 못하는 안쪽은

늘 아프고, 불편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은 척을 했다.

사실은 정말 괜찮지 않았는데.

‘괜찮은 척’은 어느새 내 일상이 되었고,

그건 마치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왜였을까.

약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두려웠기 때문일까.

누군가 내 속을 들여다보고

“아, 너는 약하구나.”

그렇게 판단해버릴까 봐.

그래서 감정은 늘 숨기고 절제했다.




입으로 들어가는 건 절제하지 못했지만…

마음에게는 늘 강요했다.

아프지 말라고, 티 내지 말라고. 버티라고.

불편한 마음,

평가받을까 두려운 불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드러내는 순간, 사회는 곧바로 그것을

진단하고, 측정하고, 비교하고, 줄을 세운다.

중심보다 주변으로 밀려날까 봐.

내 자리가 위태로워질까 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조차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 진심이 들키는 날엔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 같아서.

짐처럼 느껴질까 봐.

그래서 나는

‘강한 사람’의 이미지를 애써 유지했다.

그 유지는 나에겐 식량 같았다.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절대 요소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너무 버티고 너무 지쳐 보이는 내게

문득 이렇게 물어보았다.

“내게 진짜 필요한 거야?

타인의 시선이 필요한 거야?”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았다.

내가 선택한 많은 것들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삶이었는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저 누군가가 진심으로

“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그 한마디를 해주길 기다렸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말조차도

기대하는 순간,

실망할 준비 까지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가장 확실하고, 가장 안전한 방법은

남의 말이 아니라

내 마음의 말을

내가 직접 들어주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진짜 회복은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이런 걸 깨달았다.

내 안의 누군가를 비난하던 마음.

그것조차도

내 상처가 만들어낸 그림자였다는 걸.

“내가 그러하니, 남도 그러하겠지.”

무의식적인 투사.

그런 마음들이

‘척’이라는 가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조차도

나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괜찮은 척’이었을 것이다.

키 큰 척,

예쁜 척,

있는 척,

멋진 척,

괜찮은 척…

‘척’은 결국 오래가지 않는다.

높은 굽은 곧 발을 아프게 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는

남보다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가엽기도 한 나에게...

높은 굽보다 운동화가 내게 더 편하듯,

나를 조금 편하게 해주는 것,

이제는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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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융 (Carl Gustav Jung)

“나는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싸웠다.”

융은 '페르소나(persona)'라는 개념으로 인간이 사회 속에서 쓰는 가면에 대해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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