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세상"은, 무균실이 아니다

백신, 면역을 얻다

by 루치올라

누구나 바란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상처 없는 삶을.

아무도 나를 다치게 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내 기대대로 흘러가는,

마치 무균실처럼 보호받는 세상을.

어릴 적부터 우리는 이렇게 배워왔다.

“착하게 굴어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사회화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지키는 기술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은 없었다.

내 마음이 무너지고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회복하는지,

왜 나는 내 편이 돼야 하는지,

왜 용서가 나를 위한 감정인 건지,

왜 참음보다 이해가 더 현명한 건지.

이렇듯 내가 나를 어떻게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지,

무균실 밖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이 배움은

그 어떤 교과서에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사회에서 처음 상처를 마주했을 때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을 느낀다.

마치 키가 높고 높은 엄마에게서

수직낙하로 툭! 거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새끼 기린처럼.

이 낯선 세상은 왜 이리 거칠고 아픈 건지.

배운 적이 없어 준비도 없는데

감당해야 할 몫을 부여받아버린다.

내 동의도 없이 말이다.

세상은 무균실이 아니다.

세상엔 바이러스처럼 감정을 침범하는 존재들이 아주 많다.

나와 원치 않는 공생을 하며,

모기떼처럼 내 허락도 없이 다가와

내 마음의 피를 빨고 간다.

질투, 거짓, 냉소, 무관심.

그 모든 것들이 감정의 면역계를 침투하고 흔든다.

어렵지만 이 현실을 수용해야 산다.

어렵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를 돌보고 지켜야 할 시간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해야 할

시간의 낭비가 더 많아진다.

그리고 그 낭비는

앞날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았던

신기루 같은 무균실의 환상 따위는 깨버리자.

깨고 나오는 그 순간,

그게 바로 진짜 성장이다.

성장 속에서 현실을 배우고,

그 배움이 백신이 된다.

백신은 삶의 작은 시련을 몸에 주입하는 것과 같다.




그 시련을 견뎌낸 시간은,

어느 날엔가 나를 위협할 고통 앞에

더는 무너지지 않게 해 줄 것이다.

백신이 들어오면,

몸 안에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다.

백혈구가 싸우고, 열이 나고, 몸살이 온다.

그 아픔은 훈련의 시간이며,

고통이 아니라,

면역이 생겨나는 순간이다.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사람에게 상처받고,

믿음이 무너지고, 마음이 물어뜯긴 순간들,

그건 단지 아픈 시간이 아니다.

나의 감정을 물어뜯고 지나간 이빨들.

그 흔적은 고통스럽지만,

결국 나를 일으켜 세우는 면역이 되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는

감정의 백혈구들이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이

내 삶의 면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훌륭한 백신인가.

그러니 이제는,

무균실을 꿈꾸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처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회복은 느리고 조용한 일이다.

살아간다는 건,

죽는 날까지 배우고 또 배우는

과정이다.

세상은 무균실이 아니지만,

당신은 무균실 밖에서

용감하고, 씩씩하게.

면역력을 키워가며

살아내고 있다.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가는 것이다."

무균실 밖 세상에서 살아내는 용기를 표현한 글의 마무리와 맞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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