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앞에 앉다.
산들바람 부는 어느 날,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작지만 당당한 들풀, 그 앞에 앉아본다.
이름도 모르는 풀들이 무리 지어 살아내고 있는 그 자리엔
어떠한 관심도 간섭도 없이,
돌봄도 받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자유로운 생이 있다.
이롭지 않다, 모른다는 단순한 이유로
잡초라 부르지만
나는 그들을 '살아남은 철학자들'이라 부른다.
물 한 방울, 햇살 한 조각에도
감사하며 뿌리를 내린 그들은
어떤 조건도 탓하지 않는다.
심지어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도
그저 ‘지금 여기’에 충실할 뿐이다.
벌레에게 뜯기고, 발에 밟히고,
홍수와 가뭄을 지나며
들풀은 아무도 모르게 땅속 깊숙이
자신만의 뿌리를 내려
또 하나의 계절을 견뎌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꽃에 감탄하고
분재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의존으로 생을 살아가는 생명이 아닌
스스로를 지켜낸 들풀들에게서
진짜 삶의 강인함을 배운다.
이 글은 화려한 이론이 아니다.
세상의 바닥에서, 짓밟히며 피어난
작고 단단한 존재들로부터 배운
삶의 태도와 생각을 기록한
한 사람의 마음 노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지치는 어느 날
잠시 들풀 앞에 앉아보라.
말없이도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
철학자가 그 풀잎 위에 앉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