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일어나는 일들을 판단하지 않고 온전히 지켜볼 수 있을까? 특히 상황이 안 좋거나 부정적으로 보일 때 말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일이 흘러가게 된 연유를 깨닫게 되지만 당시에는 암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한 마디로 일의 결론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상황이 우리를 위해 좋은 쪽으로 풀릴 것이란 걸 믿지 못한다.
만약 우리에게 상황이 우리를 위해 좋은 쪽으로 흘러갈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일이 해결될 때까지 굳이 걱정이나 불안,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믿음을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믿음을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할 가치가 있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을 안내해 주고 우리가 누구이고, 왜 사는 지와 같은 삶의 궁극적 목적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믿음을 갖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을 통해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겪을 때마다 그것을 지나치지 말고 자신만의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들을 겪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부정적 상황을 겪었던 것만이 기억에 크게 남아있고 그것을 잘 엮어서 자신을 위한 선물로는 잘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믿음이 굳건 해지면 부정적으로 보이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자동반사적으로 걱정부터 하는 습관에서 괜찮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우리가 매사에 이런 태도를 지니게 된다면 괴롭고 힘들다고 여겼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생각해 보았는가?
영주권을 진행하는 과정 또한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생각과 내면의 감정의 힘을 알게 된 나는 부정적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그야말로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나는 한국에서 직장 경력을 살려 지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사 직종이나 업무를 찾아 고용주의 Job offer를 받아야 했는데 백화점이라는 직종은 밴쿠버에서 이민을 하는데 그다지 유리하지 않았다. 한국에는 백화점이 시마다 몇 개씩 즐비하지만 이곳에는 한국의 백화점 같은 곳이 다운타운에 한 군데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화점이라는 곳의 업무 자체는 내게 유리한 점이 많았다. 나는 본사와 백화점 양쪽 모두 근무를 한 덕분에 영업 전반에 관한 기획, 분석, 마케팅, 매장관리 그리고 E-commerce MD 등 다양한 업무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리테일 매니저로 지원할 적합한 회사를 찾았고 그 회사의 고용주와 미팅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근무시기, 급여조건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 뒤 헤어졌고 이후 고용주가 노동청으로부터 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고용허가서(LMIA)를 받고 나면 그것을 가지고 Work Permit을 받아야 했다.
고용주가 절차에 따라 LMIA를 받으려면 약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는데 일단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그 사이 Covid-19이라는 유래 없는 전염병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밴쿠버여행을 계획했던 친언니는 코로나가 퍼지기 바로 직전 이곳에 도착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여행금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1일 Covid-19를 세계 대유행으로 공식선언 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고 외출을 최대한 자제했다. 마스크와 소독제는 동이 났고 필수품과 의약품 사재기로 마트와 약국은 줄이 길게 늘어섰다. 문을 닫는 식당과 상점이 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리고 우리도 Covid-19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듯 보였다. 고용주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이다. 일이 진행된 지 이미 몇 개월이 경과한 시점이었는데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말았다.
나는 생각의 힘과 내면의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면의 감정을 바꿔보려는 시도 모두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또다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암울한 상황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도록 나의 의식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깨달음도 결국 알게 된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일상의 모든 순간에 자연스럽게 취하는 행동이 될 때까지 결국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회사를 찾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막막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데 정말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기획/마케팅 업무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전 회사보다 크고 안정적인 회사였다. 비록 긴 시간을 날렸지만 다른 회사를 찾았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그다음에 이어졌다. Covid-19으로 인해 이민 선발을 제외하는 직업군이 발표되었는데 그 속에 얼마 전 고용을 취소했던 리테일 매니저 직군이 떡하니 들어가 있던 것이다! 캐나다 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국인 대신 시민권/영주권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이 회사는 어차피 우리와는 연이 닿지 않을 곳이었고 계속 진행을 했다면 오히려 일이 복잡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과연 우리 영혼이 알지 못할까? 아니다. 나의 영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간절함까지도 이해하고 있다. 나는 영혼이 일하는 방식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나를 위해 움직인다. 나는 상황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상황을 풀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한 번으로 그쳤다면 나는 그 힘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운이 좋았고 다행이라 여기며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삶을 통해서 그 힘을 여러 차례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마법처럼 펼쳐지는 그 힘을 점차 알아가게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