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대체로 예측을 빗나가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꿈꾸던 삶은 그야말로 하룻밤 꿈처럼 흩어지고 현실은 보드라운 꿈과 달리 거칠고 버겁기만 하다. 원하지 않던 삶이다. 아니, 이 말은 일부는 맞았고 일부는 틀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원해서 선택한 삶이었다. 그러니 이 삶은 원하는 삶의 일부였던 셈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전혀 원하지 않던 삶이 되어버렸지만. 균열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고 시작된 이상 걷잡을 수 없었다. 삶에 금이 가고 깨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기분이란.
슬픔이 너무 거대해지면 울 수조차 없다. 한바탕 우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깨진 삶을 이어 붙여 매일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일까. 어쩌면 슬픔을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등 돌려 외면하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었는지도.
오랫동안 부정해 온 슬픔을 온전히 끌어안고 보니, 삶이 온통 파랑으로 물들어 버렸다. 누가 어깨만 두드려도 울컥, 누가 괜찮다 위로의 말만 건네도 왈칵, 누군가의 이름이 뜬 메시지창만 봐도 쏟아지는. 파랑파랑한 날들의 연속.
하지만 삶은 지속되고, 이 삶을 파랑으로만 채울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오늘이 나의 가장 젊은 날이고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파랑이 파랑의 몫을 다하는 동안, 노랑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나의 노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될 것이다. 파랑에 노랑을 덧대다 초록이 될지라도. 파랑으로 가득한 내 삶에 노랑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파랑을 지우기 위한 노랑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파랑의 순간에도 노랑이 존재한다는 것. 먼 훗날, 오늘을 떠올릴 때 울기만 했던 날들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나아가고 나아지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의 기록이 될 것이다.
삶이 파랑으로만 가득할 리는 없으니까.
여전히 나는 살아 있고 내 삶을 빛나게 하는 노랑은 많고도 많으니까.
너무나 흔하고 소박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이자 나를 살리고 살게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파랑과 노랑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에서 가져온 감정의 색깔들입니다.
파랑은 슬픔, 노랑은 기쁨을 의미합니다. 이 이야기는 기쁨의 이야기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