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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Feb 23. 2023

네번째 직장을 퇴사했습니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이직을 합니다.

오퍼레터를 받았습니다. 언제 그만둔다고 말하지..

하필, 이번주가 신년회 행사라니. 행사를 진행해야하는 나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전 직원이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행사를..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 다음에 퇴사를 말하는 것이 나을까, 그 전에 리더에게 공유함으로서 준비할 수 있게 하는것이 좋을까... 나때문에 맥빠지는 행사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밀어닥쳤다. 사회를 내가 보는게 맞나....직원들을 어떻게 적당히 웃기지.. 적당히 동기부여하지 하는 프로답지 않은 생각이 머리속을 휘저었다. 담백하지만 조용한 퇴사가 목표였습니다. 조직에 폐가 되지 않으면서 동요시키지 않고 최선의 예의를 다했다고 느껴지는 정중한 퇴사말입니다. 그래서, 다음날 팀장님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잠시 뵐 수 있을까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싫어요. 안들을래요." (아! 거절도 할 수 있구나! 새로운 방향성이었다.)

"5층에서 봐요"


"...팀장님..저 퇴사 하려고요."

헤어짐은 좀처럼 말이 예쁘지가 않다.


"...이럴줄 알았어요.. 이유는 뭐에요?"

"..제안이 다른 회사에서 왔어요. 그때 최선이 뭘까를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현재.. 우리의 방향성이 제 포지션이 필요하지 않고 노무쪽으로 전문성을 키우자니 지금 제게 너무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오래도록 고민이 있었어요. 그간 제가 팀을 혼자 지켜야했어서 더 생각도 못했었지만 팀이 안정화되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나봐요.. 하하." 왜이렇게 변명같이 느껴지는지. 사실 좋은 조건과 환경이 주어졌고 그로인해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참, 신년회는 잘 진행했고 그 다음주 C-lev에게 퇴사 사실을 공유했다.



히읗님.. 저희 두고 어디가세요..

하하 들으셨어요? 다소 민망하네요.. 그렇게 되었어요.

퇴사를 말한 이후, 회사에서 여러 이유로 몸을 사리게 되었다. 일단 퇴사자의 행보는 뭐든 달갑지 않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이 자꾸 궁금해했다. 왜 퇴사하는지, 만나는 사람들마다 궁금해하고 상상도 하고 그러다보니 자꾸 숨어다니게 되었다. 그 주제로 마지막 대화로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다보니 퇴사일은 빠르게 다가왔다. 인수인계를 준비하다보니 글로 구구절절 적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무엇보다 조직문화는 맥락이 제일 중요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 분이 오셨을 때 이 일을 왜 이렇게 했었는지 절절하게 썼다. 그렇게 퇴사 당일이 되었다.



밥한끼를 못사드렸어요..

"인사드리러 왔어요. 대표님. 저 이제 가보려고요."

"아... 제가 히읗님 밥한끼를 못사드렸어요.. 다시 꼭 연락하고 와주세요. 좋은 밥 한끼 사드릴게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내게는 참 좋은 대표님이었고 아껴주었던 마음에 보답하고자 열심히 하게 만들었던 대표님이었다. 열심을 알아주는 리더가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다.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팀장님의 퇴사이후 팀장대행을 하면서 잔뜩 위축되어 있을 때  '끝까지 해보면 어때요?' 라고 말해주는 대표님이라 감사했고 '도와주세요..' 라고 말할 때면 '해보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말해주었던 좋은 리더라 감사했다. 나도 언젠가 리더가 된다면 그런 말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을 남겨주셨다.


잘가요.

매번 인사만 하다가 인사를 받는 순간이 오니 몸이 움추러들었다. 회사 입구로 내려와 잘가라고 인사해주는 동료들의 모습들을 마지막으로 정말 조직에 안녕을 고했다. 모두 안녕히계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곳에서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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