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니아의 작은집
나는 24살에 결혼했다.
24살이기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던 결혼
하지만 남편과 신앙 가치관이 같았기에 그거 하나면 되었다.
그때 당시 집안 형편은 오히려 나에게 기대고 있었던 터라
집에 돈을 요구할 생각은 아예 애당초 접고 있었고 내 월급으로 전기압력밥솥 그것도 쿠쿠가 아닌 리홈꺼ㅋ 달랑 하나 장만하여 남편 돈으로 마련한 전셋집에서 살림이 시작되었다.
나의 부모님은 늘 집에 계시지 않았다. 사업을 하셨기에 집은 항상 비워있었고 살림하는 엄마란 내겐 어색한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신혼집, 신혼살림은 어색한 것이었다.
정말 재밌는 사건 하나는 시아버님께서 거의 새 것인 장롱과 서랍장이 아파트 앞에 버려졌다고 신혼살림으로 쓰라고 용달로 보내주신 기억이 난다. 나는 정말 그 물건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한창 잘 썼던 것 같다.ㅋㅋ
누군가는 나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누군가는 존경스럽단 시선을 받기도 했다.
내가 어리고 아무것도 몰라서였을까? 아니면 나의 성향이 남들의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아서였을까? 그것은 내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정말 큰 난제는 따뜻하고 정감 있는 살림이 하고 싶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가정을 시작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다. 여유치 않은 경제상황으로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생활방식으로 살아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그런 나에게 가도쿠라타니아라는 이 사람의 책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책이다.
전반적인 독일인 생활스타일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일본인이기에 아시안들의 사고도 많이 이해하고 있어서 좋았다. 단지 무엇이 많고 예쁘고 아기자기한다기보다 기능과 실용성에 중점을 둔다. 그렇다고 전혀 멋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여백의 심미성이 뛰어나다.
이제 결혼한 지 9년... 이 책만은 그동안 버리지 않고 잘 간직했다. 그만큼 고마운 책...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지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테리어 정리정돈 등 카테고리가 많아졌지만 가치관부터 만지는 이 책은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