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VS 권위
많은 남성들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애쓴다. 그리고 40대에는 그 권력을 가질 수 있는 절정의 시기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권력 아래에 있다고 하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권력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을 먼저 준다. 그러면서도 권력을 원하는 마음이 많은 남성들 안에 내재해 있는 건 왜일까?
권력보다는 권위가 더 좋은 느낌의 단어다. 물론 스스로 권위를 세우는 건 상당히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사람들에 의해서 존중받아지는 권위는 실제 그 권위라는 단어의 뜻에 가장 근접한 실체가 된다. 그런데 이 권위라는 것 또한 스스로 노력한다고 만들 수 있는 건 분명 아니다.
나는 한때 권력이라는 걸 원치 않았지만 가진 적이 있었고, 젊은 나이에 나름의 권위 있는 위치도 잠깐 가져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위치에서 완전히 떨어져서 독립적인 존재로 있는 시간도 꽤 보냈다. 그러면서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인간관계 안에 숨겨진 독특한 이기심과 이타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40대 남성은 사회적으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가, 본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그의 명함이 대기업 또는 외국계 기업의 높은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또는 스타트업 대표라든가 변호사, 의사, 고위공무원일 경우 사람들의 대우가 분명히 다르다.
사실, 40대 정도 되면 타인의 시선에 의식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질만한 나이가 되었는데 그것을 사회는 전혀 지지해 주지 못한다. 여전히 우리는 외부로 보이는 타이틀을 중요시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명함 한장은 종이에 불과하지 않다. 명함 한 장에 새겨진 나의 소속과 타이틀은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부에 보이는 타이틀은 실제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어떠함이다. 그 어떠함 없이 외부 타이틀만 키우다 보면 결국 내면이 무너져 화려한 타이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권력과 권위의 차이는 외부의 타이틀의 차이가 아닌 내면의 세계에 쌓인 견고함에서 비롯된다.
한때 나는 기독교인들이 존경하는 '선교사'라는 타이틀을 가졌었고 그 타이틀에 맞는 생활을 짧게 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사람들이 나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내 말을 귀담아듣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그 타이틀을 내려놓는 순간 사람들이 더 이상 나와 나의 삶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정말 그들은 나의 삶에 관심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가진 타이틀이 주는 있어 보이고 동경해 보이는 삶에 대한 영역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신비스러운 관심이었을까?
30대 초반에 나름 괜찮은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기독교와 반대되는 이슬람 국가에서 나는 선교사의 삶을 살았다. 그 당시 그곳의 삶은 쉽지 않았지만, 신앙심과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우리는 잘 견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길이 우리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선교사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일반 성도의 삶으로 돌아오길 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가 선교사이길 원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요구와 우리가 지켜야 할 신앙 사이에서의 괴리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원래 있던 공동체에서 떠나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는 우리의 과거를 아는 이가 별로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의 타이틀이 아닌 삶을 그대로 투영해서 보는 걸 경험한다. 이것이 더 진실되고 값어치 있다는 걸 개인적으로 경험한다.
한때는 타이틀이 있어서 내 말에 힘이 실려있었다. 그런데 그 말에 실린 힘은 왜곡되기도 하였으며 때로는 그 말에 실린 왜곡된 힘이 오히려 내 삶을 왜곡시키는 것도 보게 되었다. 우리의 삶과 타이틀이 일치하기란 어려운 문제지만, 삶과 내면이 튼튼한 이들은 결국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과 삶에서 우러나오는 권위가 스스로 생겨지게 되지 않을까?
40대 남성은 성공이라고 불리는 기회가 넘쳐나는 시기다. 종교인은 명예로, 사업가는 부로, 교수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영향력으로. 삶은 다양함이 넘치는데 권력은 그 다양함을 한 가지로 축소시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권위는 그 다양함을 포용하면서 세상을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장점을 가진다.
권력을 가질 것인가? 권위를 부여받을 것인가?
그 고민 뒤에는 결국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40대 남성이 깨닫고 실천해야 함을 보게 된다.
40대는 어떠한 위치에 있든 우리 사회를 지탱시키고 이끌어가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혼인 40대는 그가 가진 힘과 시간과 영향력으로 사회에서 큰 영향을 발휘할 것이고, 기혼인 40대는 아내와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미친 영향력이 결국 사회를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사회에서 40대 남성은 명함에 따라 존경받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평하게도 40대 남성이 집안에서는 명함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내에게는 그가 어떻게 아내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아들과 딸들에게는 그가 얼마나 시간을 들여서 자녀들과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지가 자녀들이 아버지에 대해서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결국 40대 남성에게 내면의 삶을 키우는 환경은 가정인데, 너무 밖으로 돌아다녀서 내면의 성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