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요태기에 관하여
이 글은 10월 3일 요가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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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디님,
어느덧 서른 번째 요가레터를 보내드리네요 :)
오늘은 요가보다 조금 넓은 차원에서,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룰루레몬에서 4년째 발간하고 있는 웰빙 리포트 2024년 버전이 나왔는데 그 결과가 꽤 흥미로워요. 구독자분들께서 전에 다뤄달라고 요청하셨던 주제 <요태기> 와도 연결되기도 하고요.
아직 공식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지만, 요가레터에서 빠르게 번역 & 요약해 소개해봅니다.
웰빙과 웰니스의 뜻부터 간단하게 정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먼저 웰빙을 볼까요. 웰빙은 말 그대로 "잘 지내는, 잘 사는 상태"를 뜻하고, 크게 3가지 요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 요소는 상호 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영향을 주고받는대요.
1. 신체적 웰빙: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느끼는 것.
2. 정신적 웰빙: 감정적으로 준비되어 있고, 미래에 닥칠 일에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3. 사회적 웰빙: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어 서로 지지하는 공동체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
웰빙에 이르게 되면 '깨어난 의식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면 외부의 어떤 자극적인 상황에서도 생각과 감정의 균형을 잡고 건강하게 그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는 다른 말로 '깨어 있는 상태 (Enlightment)' 라고도 한다. /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명상
그럼 웰니스는요?
여러가지 정의와 용례가 있지만 이번 레터에서는 『더 웰니스 에셋』 이라는 책의 정의를 따라볼게요. 이 책에 따르면, 웰니스는 웰빙이라는 목표를 위한 구체적인 도구래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 요가와 명상은 웰니스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 거죠.
간단하게 정리하면 웰빙은 목표, 웰니스는 잘 살기 위한 (웰빙) 다양한 방법인데요.
올해 룰루레몬 웰빙 리포트, 우리가 웰빙을 좇는 것에서 번아웃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올해 봄, 우리나라를 포함해 룰루레몬이 매장을 낸 나라들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대부분 선진국과 중진국인 15개국 1만 6천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결과는 놀라웠어요. 응답자의 45% 가 "웰빙을 추구하는 과정이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한다" 라고 대답했거든요. 번아웃을 느낀 10명 중 8명은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피로감, 외로움도 느낀다고 말했고요.
이른바 웰빙 번아웃의 시대입니다.
웰빙 번아웃: 웰빙을 유지해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되려 건강하게 살지 못하는 현상
이 웰빙 번아웃의 원인, 마디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89% 의 사람들은 웰니스를 추구하는 과정이 "너무 외롭기 때문에" 번아웃을 느낀다고 대답했어요. 또 61%의 사람들이 "늘 잘 사는 것처럼 보여야하는" 그 비현실적인 사회적 기대가 버겁다고 느꼈고요.
저는 이 대답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갔어요.
'갓생'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할 때, SNS에 넘치던 각종 바디프로필과 운동 인증 #오요완, #오운완 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거든요. 굳이 인증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왠지 요가를 수련하는 모습을 찍어 올려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양가적인 마음이 든 건 저만이 아닐 거예요.
특히 요가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이라면 왠지 더 열심히 '인증' 해야만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더 자주 느끼실 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이런 고객의 심리를 간파하고 먼저 촬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가원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잠시만 멈춰서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대체 무엇 때문에 늘 기록하고 인증하고 싶은 걸까요? 설문조사에서 나온 이유처럼, 어쩌면 우리 행동의 기저에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고, 건강하게 잘 사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이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요?
ⓒ lululemon
온라인에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는 각종 '도움이 되는' 지식들은 또 어떻고요.
좋은 정보가 보일 때마다 열심히 저장하고 가족/친구에게 공유하곤 하지만, 정작 나는 다시 읽을 여유조차 없지는 않았나요? 쏟아지는 추천 건강 도서 앞에서 우리는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여기서는 아침에 뭘 먹지 말라고 하는데 저기선 먹어도 된다고 하니 뭘 믿어야할지... 머리를 긁적이게 되죠.
이렇게 응답자의 53%는 웰빙과 관련된 "혼재되고 상충하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번아웃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웰빙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조차 너무 열과 성을 다하다보니 번아웃 되어버리는 우리 현대인, 참 웃프면서도 짠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간혹 겪는 요가 권태기 역시 웰빙 번아웃의 한 형태일 수 있어요. 꾸준히 수련을 가지 못할 때 느끼는 '실패감' 또는 죄책감'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를 찾아올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행히 보고서는 웰빙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3가지를 제안하고 있어요. 요가의 맥락에도 적용해, 요태기가 찾아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챙김에 집중하고, 소셜 미디어로부터 휴식을 취하고, 경계를 확실히하세요.
우리는 잘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소음에 둘러싸인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외부의 소음이라고 해서 꼭 소리의 형태를 띠고 있지는 않아요. 화면 속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도 우리를 자극하는 소음이죠.
요태기가 찾아오면, 잠시 SNS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모두가 멋진 아사나는 필연적으로 '좋아요'를 불러온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만, 가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 행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봐요. 습관적으로 내면을 향하는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진 않나요? 뭔가 답답하거나 지루한 마음이 든다면, 자애명상을 하거나 자연 속에서 산책하면서 우리 안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 SNS으로부터 휴식을 취한 사람들의 웰빙, +9% • 시간을 내어 명상하는 사람들의 웰빙, +12% • 일과 사생활 사이 확실한 경계가 있는 사람들의 웰빙, +13% • 자기수용과 자애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웰빙, +16%
나의 취향과 속도에 맞게 웰니스 활동을 조절하세요.
예전에 소개했던 세계 최대 요가 유튜버 애드리안 미슐러, 그녀는 Find What Feels Good 이라는 슬로건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느낌이 좋은 '어떤 것'을 찾으라는 말이기도 하고, 스스로 어떤 행동/자세/일을 할 때 느낌이 좋은지 알아차려 보라는 의미도 있지요. 이 말은 보고서의 두 번째 솔루션과도 맞닿아있어요.
포인트는 '각 잡고 빡세게 잘하자'가 아닌 '힘 빼고 재밌게 즐기자' 입니다.
일상이 너무 바쁠 땐 90분, 120분 요가 수련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이럴 땐 요가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이니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기보다는 10~15분 정도로 수련 시간을 줄여보세요. 또, 요가가 아니더라도 춤, 수영, 러닝, 등산 뭐든지 마디님이 좋아하거나 궁금했던 움직임을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소소하지만 색다른 자극을 느껴보는거죠.
• 15분 이하의 산책을 나가는 사람들의 웰빙, +13%
• 나만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웰빙, +15%
• 일과 중 아주 잠시라도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웰빙, +16%
• 아무리 작다하더라도 인생의 목적성을 느끼는 사람들의 웰빙, +22%
가족이나 친구,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면 우리 웰빙 수준이 확 올라간대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요. 설문에 응답한 Z세대 (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는 60%가 웰빙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거든요.
(MZ 세대들은)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좀 더 심도 깊은 방법을 찾고 있는데, 그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진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웰니스라는 것이다. - 웰니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한이경
약간 버겁다는 감정이 들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마음을 털어놓고 함께 움직여보세요.
요가/필라테스 원데이 클래스도 좋고, 배드민턴이나 탁구처럼 한 팀이 되어 소소하게 할 수 있는 팀 스포츠도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 수련할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웰빙 번아웃을 덜 겪는 남자들의 46%가 요가나 필라테스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요기분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수련하시고요 :) 요기니분들은 주변의 남자분들에게 요가를 더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도 좋겠죠? 해외에 계시거나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다면,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 조인해보세요.
• 가족이나 친구에게 외로운 감정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웰빙, +13%
• 팀 스포츠에 참여하면 +14%, 그룹 피트니스에 참여하면 +15%
• 자연이나 야외에서 타인과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웰빙, +18%
• 신체활동을 통해 사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웰빙, +23%
16년 경력의 요가 선생님 에리카 프래프더는 아버지를 잃고 반년 가까이 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대요. 하지만 반 년의 휴식 이후 자연스레 매트 위로 돌아온 경험을 얘기하며, 우리 모두가 필요하다면 잠시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도 좋다고 말합니다. 다시 수련할 때의 기쁨과 감사함은 그대로이니, 실패감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요.
요가든 명상이든 결국 우리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니까요.
우리 삶은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우선순위도, 상황도 변하지요.
마디 님께 요태기가 찾아오면, 내게 조금 다른 방식의 수련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요가 자체가 지겨워진 것인지 한 번 가만히 바라보세요. 그리고 그 감정이 우리의 일상과 공존하도록 한동안 그대로 두세요. 그 느낌은 금방 사라질 수도, 에리카처럼 반년 넘게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임신이나 출산, 또는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우리 몸의 변화, 이민 같은 주위 환경의 중장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면 더욱요.
요가를 사랑해서 요가레터까지 읽는 분들이라면, 요가든 다른 일이든 진심을 다해 잘해내려고 늘 공부하고 노력하시는 분이겠지요. 열정이 너무 타올라 재가 되지 않도록, 아힘사를 기억하며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져봐요 우리.
1. 지금 많은 현대인들은 웰빙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웰빙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어요.
2.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일상에 소소한 움직임을 더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요태기를 포함한 웰빙 번아웃을 막을 수 있어요.
3. 우리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쉬어가고 때로는 도전하면서, 마디 님만의 요가 여정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하늘이 열린 개천절,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토록 '잘 살고자' 노력하는 나를 조금 더 안아준 여유있는 휴일 되셨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요가레터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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