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을 지키는 사람의 요가와 마음챙김
구독자님, 몇 주 만에 인사드리네요! 따뜻한 봄날,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 휴재 동안 저는 남편을 간병하고 있었어요. 독일에서 꽤 큰 수술을 했거든요. 처음 해보는 환자 보호자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아 바쁜 마음으로 발행하기보다는 과감히 쉬어가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러길 잘했어요, 체력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날의 연속이었거든요.
첫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며칠 뒤 발견된 부작용. 정신없이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중환자실로 병동을 옮겨 재수술을 했어요. 그렇게 길어봐야 열흘로 예상했던 입원은 총 3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걸 보는 것 그리고 내 생활의 축을 온전히 환자에 맞춰 옮겨가는 것.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그 과정에서 요가를 알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요가레터는 간병에 도움이 됐던 요가적 실천과 정보를 한 데 담아 나눠보려 해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 우리 중 2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간병인의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전체 성인의 반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직접 간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장년층 여성인 경우 그 비율이 60% 이상으로 올라가고요.
갑작스러운 사고, 큰 수술이 필요한 발견, 그리고 노화로 인한 질병까지… 그 누구도 계획하지는 않지만, 어느 날 형광등 켜진 병원 복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직접 통과하면서 그동안 수련해 온 요가가 참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간병을 하다보면 이리저리 마음이 동요될 수밖에 없거든요.
간병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라면 간병인이 손발이 되어줘야 하고, 때로는 행정 처리와 의료진과 소통까지 도맡게 되죠. 병원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경우, 환자 상태에 맞는 음식까지 만들어야 하고요.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환자 스케줄과 상태에 맞춰 움직이는 24시간 대기조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다 보면 소중하게 가꿔온 내 일상의 평온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죠.
'만에 하나' 뭔가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생활이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지쳐 잠든 환자 옆에서 느끼는 고립감,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의료 용어 앞에서 느껴지는 무력함, 보호자의 결정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는 부담감까지.
이 간병이 몇 주, 몇 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으로 길어지는 경우엔 간병인 역시 병을 얻거나 직장을 그만두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하지요.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른바 간병 번아웃 (caregiving burnout) 을 겪다 간병 자살이나 간병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간병은 꽤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95%의 간병 가족은 불면증을 호소하고 50% 정도의 간병 가족은 피로를 호소한다. 간병의 부담 자체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은 마음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더 많아서 10명의 간병 가족 중 4명은 정서적인 문제를 호소한다.
서울아산병원 / 간병하는 가족의 건강관리
카르마 요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박티, 즈냐나, 라자와 같이 고전 요가의 한 종류인데요.
이 카르마 요가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결과를 낳는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성과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묵묵히 의무를 수행하는 헌신적 행동을 강조합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살피는 간병 자체가 정신적인 수련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카르마 요가는 회복이나 호전 같은 '결과'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현재 순간에 머무르며 나의 의무를 다하라고 말하는데요. 여러 간병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이런 마인드셋은 특히나 만성 질환자를 장기간 돌볼 때 들기 쉬운 좌절감과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