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나의 아이들이 어느덧 커서 내가 나의 엄마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친할머니 전화는 "네~ 어머니~^^*." 라며 친절하게 받고 외할머니 전화는 "아 또 왜 전화했어???!!!! 전화 좀 그만해!!"라고 짜증을 낸다며 나를 흉내 냈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사실이었고 달리 뭐 반박할 말도 없었다. 아이들이 다 보고 있으니... 이제 조심해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긴 했으나 평화로운 시간에 방심하면 걸려오는 엄마 전화는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울화가 치미는데 내 말투가 좋게 나갈 리가 없다. 외할머니 전화만 받고 나면 온갖 짜증에 기분이 푹 가라앉아있는 나를 보며 아이들은 내 눈치를 살핀다. 항상 진동모드인 내 핸드폰에 전화가 울리면 아이들은 "엄마 전화 왔어.. 또 외할머니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할머니를 향한 엄마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저 회피를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강연을 듣게 되었고 강연 끝에 강사님께서 본인의 모녀관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참 공감이 가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러다 질문시간이 있어서 용기있는 한 분이 질문을 하셨는데 그분의 질문과 강사님의 답변이 나의 이 고민에 해답이 되어주었다.
딸이 또 물어보았다.
"엄마는 왜 외할머니가 싫어?"라고 묻길래 더는 대답을 피하지 않고 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가 있어... 너와 나처럼 서로를 너무 좋아하며 친한 엄마와 딸의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와 딸의 관계도 있어. 그래서 엄마는 외할머니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친한 건 아니야. 그렇다고 외할머니가 나쁜 사람은 아니고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너는 외할머니랑 잘 지내면 돼." 그렇게 말해주니 딸은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래도 외할머니가 좋다면서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말이 얼마나 고맙고 안심이 되던지.....
나는 엄마가 너무 싫지만 우리 아이들이 외할머니를 싫어하는 건 마음이 아팠었나 보다. 그게 내 속마음이라 내가 그동안 아이들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계속 망설였었다. 잘못 대답하면 아이들이 외할머니를 미워할까 봐..
그런 내 속마음까지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여전히 아이들 앞에서 나의 엄마에게 불친절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런 외할머니를 싫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