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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l 01. 2024

平家物語(헤이케 이야기)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일본어 1권 (사이토 타카시)

  平家(헤이케)는 헤이 가문이라는 말로 일본 헤이안 시대에 권력을 잡았던 다이라 일가를 말하며 이 작품은 다이라 일가의 성쇠를 다룬 13세기 일본 문학 작품이다. 작자 미상으로 일본에서는 다양한 텍스트와 공연물의 소재로 명실상부한 일본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헤이케 이야기의 이치노타니 전투 장면을 묘사한 병풍 그림. (출처 : 위키백과)


  절대권력을 유지하던 다이라는 기요모리와 시게모리의 사망으로 점차 세력을 잃어가기 시작하다가 단노우라 해전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몰락하게 된다. 일본의 양대 무사 가문이었던 헤이케와 겐지는 궁정 쿠데타라 할 수 있는 호겐의 난을 통해 권력을 잡았고 동시에 헤이지의 난을 통해 헤이케는 겐지를 배제하고 최초의 무사정권이 되었다. 하지만 멸문 위기였던 겐지는 미나모토노 요리토모 등의 지휘로 겐페이 전쟁에서 승리하며 일본 무사 정권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가마쿠라 막부를 열게 되었다.


祇園精舎の鐘の声、諸行無常の響きあり。
沙羅双樹の花の色、盛者必衰の理をあらはす。
おごれる人も久しからず、唯春の夜の夢のごとし。
たけき者も遂にはほろびぬ、偏に風の前の塵に同じ。

기원정사의 종소리, 제행무상의 울림이다.
사라쌍수의 꽃의 빛깔, 성자필쇠의 이치를 나타낸다.
교만한 자는 오래가지 않으니, 다만 봄밤의 꿈만 같고.
용맹한 자도 마침내 사라지니, 한줄기 바람 앞의 티끌과 같다.

遠く異朝をとぶらへば、秦の趙高・漢の王莽・梁の週伊・唐の禄山、是等は皆旧主先皇の政にもしたがはず、楽みをきはめ、諌をも思ひいれず、天下の乱れむ事をさとらずして、民間の愁ふる所を知らざっしかば、久しからずして、亡じにし者どもなり。

먼 이국을 살펴보면, 진의 조고, 한의 왕망, 양의 주이, 당의 안녹산, 이들은 모두 구주선황의 다스림에도 따르지 않고, 쾌락만 추구하고, 간언도 생각하지 않고, 천하의 혼란스러운 일을 살피지 않고, 민초의 근심 있는 곳을 알지 못하면, 머지않아, 사라진다.

近く本朝をうかがふに、承平の将門、天慶の住友、康和の義新、平治の信頼、是等はおごれる心もたけき事も、皆とり~にこそありしかども、まぢかくは六波羅の入道崎太政大臣平朝臣清盛公と申しし人の有様、伝え承るこそ、心も詞も及ばれね。

가깝게 우리나라를 살펴보면, 쇼헤이의 쇼몬, 텐교의 스미토모, 고와의 기신, 헤이지의 노부요리, 이들은 고약한 마음씨도 좋은 일도, 모두에게 더욱 그러하다마는, 곧 로쿠하라의 입도전태정대신 다이라노 기요모리 공이라 말하는 사람의 상태, 전해 들은 것이야말로, 마음도 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 유명한 서두의 인상으로부터 한결같이 덧없는 것 같지만, <헤이케 이야기>는 실은 육체의 문학이다. 동장인물들은 실은 잘 돌아다닌다. 잘 웃고, 잘 운다. 목소리도 크고, 시내 건너까지 울린다. 도전정신도 왕성하고, 선봉다툼도 심하다. 헤이케의 여성들이 배 위에 내 건 휘장을 나스 요이치가 활과 화살로 쏘아 떨어트리는 명장면에서도 명예를 중요시하는 정신이 되는 기법이 있다. 

 

  헤이케의 병사들도 겐지에게 공격당하고, 큰 소동에 황급히 움직인다. "들고 갈 물건도 들지 않은 채, 자신 앞에 떨어트리고 간다. 너무 당황해서 활을 든 자는 화살을 잊고, 화살을 든 자는 활을 잊다. 다른 사람의 말을 내가 타고 내 말은 다른 사람이 탄다"처럼 구체적이다. 기술도 화려하고, 기요모리가 죽는 장면은 고열의 기요모리가 목욕물에 들어가고 물이 끓어올라 탕이 돼버린다.

7인의 사무라이 (좌) , 귀없는 호이치 (우)

  <헤이케 이야기>를 육체의 문학으로 읽다로 읽는 방법을 나는 고바야시 히데오로부터 배웠다. 생생한 육체는, 쿠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 나오는 미후네 토시로의 과한 움직임을 생각나게 만든다. 전투에서도 화려한 연출이 쿠로사와 영화를 활기차게 만드는 것처럼, <헤이케 이야기>의 진수도 활기찬 육체에 있다.


 <헤이케 이야기>를 육체적 문학이라 하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비파법사(비파 타는 장님 중)의 이야기다. 먼 일을 잘 보는 검교(맹인에 주는 최고 벼슬)가 비파를 연주하면서 말하는 정경은 그것만으로 멋지다. 고이즈미 야쿠모의 <귀 없는 호이치>의 단노우라의 전쟁 이야기 장면은 압권이다. 노 젓는 소리,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소리, 사람들의 우렁찬 외침이나 발 구르는 소리, 갑주에 칼 부딪치는 소리, 베여서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소리 등이, 놀랍도록 기교 넘치게 비파를 연주한다, 있다. 비파법사 이야기의 기술은 듣고 있는 헤이케의 망령들의 육체를 흔들고, 비통한 외침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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