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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l 15. 2024

 사소함이 만드는 기회(2)

신주쿠 대신에 CEO를 곁들인

계속 이어...


 "갈 거야? 다 오래?"

 "다 안 가면? 나만 가라고? 대표님이 다 오라 했다니까"

 "으아~ 정말 가기 싫다.. 신주쿠~"


  갑작스러운 대표의 호출에 다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가 일본에 있을 줄이야. 차장은 알고 있었을 텐데(지금 동행하고 있으니까) 왜 알려주지 않은 건지 원망스럽다. 차장이 알려준 대로 노선표를 확인하고 전철에 몸을 실었다. 덜컹거리는 전철 속, 퇴근하는 일본인들 사이에 끼여 일본의 일상을 느낀다. 다들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지만 나는 노선표를 확인하기 바빴다. 지금 역, 다음 역 그리고 내려야 하는 역을 계속 번갈아 쳐다본다. 신주쿠도 좋았겠지만 이런 평범함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장이 알려준 역이 나와 모두에게 알렸다.


 "내려요"


  출구를 통해 역사를 빠져나오니 몇 대의 자전거 사이로 차장이 보였다. 그 옆에 대표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가운 건지 재미난 건지 얼굴은 웃고 있었다.


 "어서 와, 잘 찾아왔네" 라며 차장은 웃는다.

  대표를 향해 "안녕하세요"라며 합창하듯 인사를 하니 대표는 일본에서 만나니까 더 좋다며 차장에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한다. 식당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이자카야 같은 곳이었다.


  대표와 함께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땡전 한 푼 없이 진수성찬을 만날 기회랄까. 신주쿠에 대한 아쉬움도 잠시였다. 쏟아져 나오는 음식에 행복할 뿐이다. 일본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었다는 대표는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얘기를 더 많이 들어줬다. 헤어지기 전에는 라멘을 꼭 먹어야 한다며 동네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동네 맛집에서 라멘을 사줬다. 그때 먹었던 라멘보다 맛있는 라멘집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나가자. 아쉽잖아. 그리고 요코하마는 야경이지"


  맛있는 걸 잔뜩 먹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있었다. 짧은 일정이라 뭔가 더 바빴다. 피곤한 사람만 남겨두고 카메라와 렌즈 그리고 삼각대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바다를 따라 산책로를 걸었다. 예쁜 조명이라도 만나면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요코하마로 들어설 때 만난 관람차를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다른 동네인 것 같았다. 그래도 요코하마의 야경은 눈이 즐거울 만큼 예뻤고 걷는 동안 호텔은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아구, 다리야~"

 "돌아갈 땐 택시 타고 갈까?"

  두리번거렸지만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저기 봐요. 호텔인가 봐요. 택시가 있어"

 "가보자"


  가까이 가보니 택시가 맞았다. 호텔 명함을 내밀어 타도 되는지 물었다. 택시 기사는 명함을 보더니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툭 소리와 함께 자동차 문이 열렸다.


 "타도 되는가 봐. 타자타자"

 "일본 택시는 문지 자동으로 열린다더니 정말이었어"

  지친 일행들은 택시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이 다시 왁자지껄 해졌다.

 "으악, 기본요금이 7000원이 넘어요"

  신났던 기분도 잠시 미터기에 찍힌 금액이 눈에 들어왔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700엔이 찍혀 있다.

 "괜찮아. 괜찮아. 금방 내릴 건데.. 다 같이 타고 가니까 괜찮아"


  한 시간 넘게 걸었던 거리를 십 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 호텔로 들어서는 길에 맥주를 샀다. 아침부터 쉴 새 없었던 일들을 안주삼아 하루를 마무리했다. 유독 하얗고 까슬까슬한 침대가 기분이 좋았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잠이 깼다. 피곤함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강한 햇살에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을 급히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 다행히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안도를 하며 다시 누웠지만 이미 깨어버린 잠이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다들 깨어 있었다. 전시장으로 떠나기 전 호텔 앞에서 산책을 하기로 했지만 너무 강한 햇볕에 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케리어를 끌고 전철로 향했다. 전시회장은 긴 육교와 이어져 있었다. 세찬 바람으로 우리를 맞았지만 "엄청 커"라는 놀라움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킨텍스보다 작았을 것 같은데 처음 본 전시회장의 크기에 놀랐던 것 같다.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바꾸고 부스마 들러 기념품을 챙겼다. 잘하지 못하는 일본어로 몇 마디 걸어볼려고도 해봤다.


  쉴 겸 자판기 옆으로 향하는데 일행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없어"

 "뭐가요?"

 "지갑이 없어. 호텔이 두고 왔나 봐"


  일행 중 하나가 호텔 명함을 내민다. 나보고 전화해보라는 것이다. 로밍이 되어 있는 폰으로 전화를 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일본이니까 001은 누르지 말고 해 보자는 생각으로 전화를 거니 연결이 되었다. 그리고 상대는 어제 호텔임을 인사로 알려줬다.


 "어제 호텔에 머문 사람입니다. 지갑이 없어져서 그러는데, 확인이 가능할까요?"

 "304호입니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304호에 가본 호텔 직원은 지갑이 있다고 알려줬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던 거다.


 "지갑 호텔에 있데요. 다녀와요"

 "혼자 못 가겠는데? 길도 기억 안 나고"

 "알았어요. 같이 가요"


  일행에게 다녀오겠다며 짐을 모두 맡기도 둘이서 호텔로 향했다. 지갑은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요?"

 "맞을 건데.. 다들 이쪽으로 가고 있잖아?"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지만 버스 타는 곳이 확실하지 않았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장사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께 말을 붙였다. 공항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질 않아 "비행기 타는 곳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나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그대로 쭉 가면 된다고 했다.


 "이길로 가면 된데요"




  우리는 무사히 귀국했다.


 "그래 뭐 받아왔어?"

  과장은 전시회에서 받은 거 확인에 들어갔다. 브로셔로 가득 찬 가방을 보면서 그는 한 마디 던졌다.


 "볼펜뿐이네.. 너나 다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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