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22. 2024

예측 가능한 사람

인정받는 3할 타자와 특급 마무리

 "왜 정 과장이 S 지?"


  사업부장은 팀장을 모두 불러 놓고 팀원 평가를 했다. 팀장들이 각자 평가한 자료를 한 곳에 띄워두고 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다. 그래도 사업부장들 중에서는 가장 민주적이였다. 아무리 잘 나가는 부문이라고 해서 모두가 S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는 자신의 팀원의 연봉이 달린 자리다.


  나는 그간의 일들을 설명했다. 그간의 실적을 얘기하며 다른 팀장들을 압도해야 한다. 적어도 우리 애가 너네 애보다 잘한 거 아니냐고 말이다. 그렇다고 마냥 우위를 점할 순 없다. 사람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적당히 상대를 추켜세워줘야 한다.


 "S 안 주실 거면 우수 사원이라도 주세요"


  그렇게 S를 넘겨주고 우수 사원을 받아왔다. 그건 다 작전이었다. 왜냐면 팀에서 잘하는 다른 녀석은 이미 실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마지막에 실장이 "얘는 S 주자"라고 할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 얘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S와 우수 사원 모두 가져왔다.


  S와 A가 결정되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 팀장들 사이의 긴장도 모두 풀어진다.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조정이 시작된다. 때로는 웃으며 진행되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B+ 이하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도 고가 평균을 위해서 최대한 높게 가져가려 한다. 그 부분은 사업부장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B+은 85점까지다. 그래서 84점을 준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등급의 분포는 적당하지만 대부분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점수를 가지게 된다. 그 이하는 모두 관심 밖이다. 가장 불편한 지점은 C이하를 줘야 할 때다.


  회사는 그저 그런 사람에게는 관심이 적다. 복지라는 것도 그렇다. 모든 정책은 대부분 인재를 잡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회사 복지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 마냥 좋아할 수는 있지만 업무 시간에 핸드폰이나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건 분명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소비를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구매하는 많은 물건들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에서도 직원을 평가하는 건 당연하다. 회사에 불만이 있다면 자신이 회사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주는 만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이직을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인간은 자신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니 조심하는 편이 좋다.


출처 : JTBC , 경향


    돈을 받고 일하면 모두 프로다. 그리고 프로는 꾸준해야 한다. 열정이 지나쳐 쓰러질 때까지 해내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그런 일은 정말 특수한 일이다. 프로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역할을 해내야 한다. 믿음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자신의 능력을 자신이 정확히 알아야 하며 상사에게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상사가 일을 맡길 때에도 편하다. 맡기는 난도에 따라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조금 서포터를 해줘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야 믿고 맡길 수 있고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또 다른 예측 가능성이다. 이것은 일을 맡기는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며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다.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소방수'라는 일을 맡게 된다. 급한 일을 해결해 주는 역할이다. 이 사람이 가면 해결할 수 있다. 최소한 정리는 가능하다는 믿음. 그것은 실력에 대한 믿음이다 (말하고 보니 잘해라는 말이네).


  회사가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면 캐릭터의 능력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작전을 짜기 쉽다. 하지만 능력치가 모두 물음표라면 작전은 도박이 되고 만다. 모든 것은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상사가 난이도를 조절해 가며 후임의 능력을 재 보겠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다. 그리고 능력을 높여가며 발전하는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평가는 성장하는 쪽에 후하다.


  회사가 직원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동시에 직원도 회사에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이전 12화  사소함이 만드는 기회(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