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
막내 처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심리검사지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테스트해보기도 한다. 재미로 하는 것도 종종 있다. 그중에 성격 검사(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를 해봤는데, 고향에 오는 길에 다 같이 모여 듣기로 했다. 여러 성격 유형으로 나뉘고 대부분의 성격들에게는 이름이 붙지 않지만 조금 치우친 성격의 소유자들에게는 별칭 같은 게 있다고 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딸아이의 자존감에 대한 100이라는 숫자. 이를 '유쾌한'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나는 성격에 걱정이 많지만 자존감이 높아 괜찮은 성격유형이라 했다. 처제들은 대부분 걱정이 많은 '불쾌한' 유형에 들어가 있었고 막내 처제와 아들은 '예민한'이었다.
예민한 아이를 섬세하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예민하면서도 자존감이 낮은 아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면역질환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면역 질환에 스트레스는 꽤나 높은 영향을 가지는 것 같다. 반대로 장의 행복이 곧 신체의 행복이기도 하지만 장이 건강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둘만 아플 테니까. 당신은 아프면 안 돼"
유방 검사를 받으러 갔다고 의사의 권유로 갑상선 초음파를 했다. 진료를 마친 의사는 갑상선에 혹이 있다고 했다. 세침 검사를 했고 결과를 기다린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관심 없이 지냈다. 그리고 어느 아침 운동 가는 길에 들었던 '종양'이라는 말에 아내는 길 한가운데 멈춰 섰을 거다.
갑상선 암은 진행이 느려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고 대부분 검사를 받아 발견한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많고 나이가 많다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두어 달을 기다려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고 수술 날을 받았다. 더 빨리 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하기로 했다.
사실 식단으로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몸에 좋은 방향으로 먹는 것을 바꿨다. 하지만 '불쾌한'과 '예민한'의 조합은 서로에게 큰 스트레스인 것 같다. 수술을 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수술을 하게 된다.
나는 한 달 가까이 연차를 내기로 했다. 적어도 석 달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데, 한 달은 많이 챙겨야 할 것 같기도 했고 아이들을 돌 볼 사람도 필요했다. 회사에서 결정할 일은 없었다. 나는 하기로 하면 그냥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긴 삶을 고민해 보고 있기도 했다. 올해는 근속 20주년이라 추가 휴일도 있다. 연차만 30개 정도. 한 달 정도 생각을 정리해 봐야겠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으니까).
이번 달 운세가 '부부불화'라는 데 너무 붙어 있어서 그런 건지 한 번 운세를 시험해 뵈야겠다 (아내와 나는 서로 그렇게 농담했다). 주부가 된다는 게 쉬는 시간이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짬짬이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요리를 하며 지내겠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아무렇지 않은 아내의 모습을 보면 실감이 나질 않기도 하고, 아팠던 그 아이도 이제 사춘기가 오는지 열 불나게 하니까, 쓰면서 슬프진 않을 거 같기도 하다 (종종 슬퍼지겠지만).
이 '공병문고', 다시 잘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