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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23. 2023

읽고 씁니다

나의 글쓰기는 어디에 정착할까

글을 쓰기로 한 뒤,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 했다. 물론 다독이라는 것이 여러 번 읽어내는 말이긴 하지만 두루 읽을 필요가 있었다. 로맨스가 가장 잘 팔린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묵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싶었다. 로맨스 소설도  몇 권 읽었다. <반지의 제왕>, <드래곤라자>와 같은 정통 판타지도 좋아하고 <천룡팔부>, <의천도룡기> 등과 같은 무협도 좋아한다. 그런데 약간 철 지난 장르라고 할까. 요즘 판타지는 일본 만화와 같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 강하다. 로맨스는 <도깨비> 같은 로맨스 판타지가 유행인 듯했다.

SF는 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겐 특별한 장르다. 국내 작가로는 <김초엽> 작가를 좋아하고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은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다. 미스터리와 스릴러도 읽지만 취향이라고 하기엔 난 겁이 좀 많은 편이라. 쓸 수 있는 장르는 무궁무진하며 아직까지 이거다 싶은 게 없기에 그저 읽었다. 많은 인풋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독서를 하기로 시작한 뒤로 일 년에 250권 정도는 꾸준히 읽고 있다. 3년 정도 된 듯하다. 책 값 부담을 덜기 위해 서평단 활동도 열심히 했다. 최신작들도 읽어야겠는데 금전적 부담이 컸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횟수가 많을수록 기회도 많이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문의하는 마케터들도 생겨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는 반려를 해야 내 생활이 유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항상 책을 제공해 주시려는 많은 마케터님들께 고마운 마음이 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출근을 해서 30분은 일본어 공부를 한 시간은 글쓰기를 한다. 서평 조절을 못한 달에는 글쓰기를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많이 피곤한 날에는 글쓰기보다 읽기를 하는 편이다. 글쓰기가 끝나면 업무 시작 전까지 책을 읽는다. 중간에 아침을 먹기도 하고 피곤한 날에는 잠깐 눈을 붙인다.

점심시간에는 불을 꺼두기 때문에 책 읽는 일은 쉽지 않다. 자연광이 드는 곳을 찾거나 모니터 화면을 조명 삼아 읽어도 봤는데 눈이 너무 빨리 피로해져서 그만두었다.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서 강좌를 찾아본다. 그렇지 않으면 잠을 청한다.

회사는 저녁도 제공하기 때문에 바로 퇴근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리고 저녁에도 일하는 것이 십수 년을 쌓인 습관이다. 일을 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머물다 간다. 일찍 나가도 차만 막힐 뿐이다. 저녁을 먹고 급한 업무가 없다면 퇴근할 때까지 책을 본다. 퇴근 후 아내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치우고 또 책을 본다. 그러다 보니 아내 얼굴 보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꼭 안겨 잔다.

그렇더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의 긴급도에 따라 한 페이지도 못 볼 때도 많다. 책을 읽는 게 보통의 일이라면 삶에는 더 소중한 일들이 많으니까. 예전처럼 해야 하는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짜증이 나는 일은 많이 줄었다. 인생을 조금 깨우치고 있는 모양이다. 게임을 끊고 유튜브를 쳐다보질 않는 편이 책과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데 더 중요하다.


"지금 고민하는 만 원 때문에 나중에 백만 원 벌 기회를 놓치지 마라"


라는 누나의 조언을 잘 지키고 있다. 독서는 책을 사는 행위다. 집에 책이 책장에도 못 들어가고 바닥에 차곡차곡 쌓인다. 신작은 도서관이 잘 없고 대여도 어렵기 때문에 아이들도 사서에게 책 빌리듯 아빠에게 책 제목을 차곡차곡 적어 보낸다. 덕분에 3년째 교보 프리스티지를 유지하고 있다.


책은 무작위로 닥치는 대로 읽는다. 나 나름의 목적이 있어 그렇게 읽지만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다. 지금은 어느 한쪽에 매몰되는 것보다 두루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조금씩 마음에 드는 영역도 생기고 더불어 이야기의 스케일이 너무 방대해져서 손도 못 댈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하지 않고 평균적으로 세계관을 쌓아 올리기엔 좋을 듯했다. 책을 고를 땐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은 채 그냥 느낌으로 고른다. 스티븐 킹은 모든 책에 배움이 있다 했다. 졸작이라는 책에서 조차 '이렇게 쓰면 안 되는구나'라는 배움이 있다 했다. 그래서 더더욱 고민 없이 책을 고른다. 가장 아쉬운 책은 이전에 읽은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이 된다.


젊었을 때 나는 독서보다 학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공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적인 요소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이 먹고사는데 확실히 유용하다. 젊었을 때에는 위로 받을 책 한 권과 많은 전문 서적이 필요할 뿐이다. 기술적인 서적만 너무 읽으면 감정이 메마른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마사지가 필요하다. 뜨거운 사랑 이야기도 감동적인 에세이도 좋다. 그리고 적당한 감정 소비가 되었으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인문학에 관한 책들이 필요하다. 기술로 먹고사는 위치에서 살짝 벗어나기 시작한다. 중간 관리자가 되면 리더십과 경영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팀원들을 아우를 훌륭한 심리학 책도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자신을 잡아줄 가치와 중심이 필요하다. 자기 계발서에서 심리 서적으로 옮겨 갔다가 인문학으로 정착되어 간다.


이제는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사실 마흔에 은퇴하는 것이 목표였다. 마흔둘이면 임원이 될 사람과 아닐 사람이 정해진다 했다. 약간 운명적인 위치다. 그리고 나는 줄타기에 능하지 않고 그렇게 가볍지도 않다. 그렇다고 당장 은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장이 짊어진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너무 느리게 은퇴를 하면 무언가를 배워서 써먹기에 어려운 시기가 된다. 충분히 배워 잘 써먹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는 형은 몸소 실천해 지금은 다른 직종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쓸려고 했다. 5 년을 읽고 쓰다 보면 어느 정도 팔리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하는 거. 엄청 어려운 일이지만 아직까진 잘 해내고 있다.


서평을 쓰며 독후감 공모전에도 투고하고 출판사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팬심을 총동원한 한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게 지금까지 획득한 최고의 커리어다. 서평이라는 건 독후감과 달라 결이 많이 다르다. 입상한 분들의 글을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재가 생각나면 노트에 적거나 핸드폰 메모장에 적고 있다. 그리고 짬을 내어 글로 옮겨 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책 읽기에 계속 밀린다. 충분히 읽었으니 조금 자제를 해야 하는데 강한 관성에 의해 어느새 또 책을 펴고 있다. 글쓰기도 기세가 있을 텐데. 책 읽기의 기세에 너무 쉽게 밀린다. 글쓰기의 기세를 올릴 필요가 있다. 브레이크를 잡으며 글 쓰는 속도를 올릴 때다.


소재는 쌓이지만 어떻게 스토리로 엮을까는 또 다른 고민이 된다. 문장력을 위해서 에세이는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포기할 수 없다. 로맨스로 시작한 장르는 어느새 SF로 바뀌어 있다. SF소설과 수많은 과학도서의 영향이 크다. 짬짬이 적어 놓은 글들은 완전히 다른 글인데도 어느새 하나의 스토리 속으로 들어간다. 시놉시스 짜는 법도 모르면서 어떻게 어떻게 이어 붙인다.


꾸준히 적다 보면 올해 안에 날 것이라도 하나의 작품을 가질 수 있을 거다. 하루 한 장 삼 개월을 쓰면 책 한 권 분량을 모을 수 있다. 그런 꾸준함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는 경험을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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