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비행기표, 드디어 구매!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라는 명대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구절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이다.
갑자기 이 문장이 생각 난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 드렸기 때문이다.
그게 뭔 소리냐 하면 6개월 전부터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않고 깜짝 방문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보면 부모님들 반응이 너무 웃기고 재밌었기 때문에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항상 공항으로 마중 나오시는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도 있었다. 오는 건 몰라도 가는 건 빈 가방으로 갈 테니까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탄 후 동네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집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집에 있는 딸내미를 발견한 부모님은 얼마나 놀랄까 혼자 상상하며 킥킥 대기도 했다. 몇 년 전에 친한 동생이 실제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한국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밤에 도착하고, 현관 비밀번호가 바뀌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초인종을 눌렀단다. 어머니 입장에선 어두워서 누군지도 잘 안 보이는데 갑자기 "엄마! 나야 문 좀 열어줘!!" 하니까 얼마나 놀랄 일인가. 가뜩이나 온갖 보이스피싱과 각종 범죄로 난리인 판국에서 말이다. 결국 무서워진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그 동생은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카톡을 해서 본인임을 확인하고 겨우 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 집 비밀 번호는 그대로니까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에 누가 있을까? 아무도 없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나의 계획을 친한 친구들에게 말했는데 웬걸 모두가 반대하는 것이다. 이유는 우리 엄마 아빠가 워낙 바쁜 사람들인걸 내 친구들도 너무 잘 아는지라 내가 미리 얘기해서 스케줄을 비워두지 않으시면 내가 있어도 나랑 시간을 못 보내니까 얼마나 서운하시겠냐는 것이다. 또 내가 4월 며칠에 들어간다고 말하면 그때까지 너를 기다리며 하루하루가 얼마나 행복하시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약 3개월 전에 비행기표를 샀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4월 14일이 무슨 날이게?' 당연히 정답을 못 맞히고 어리둥절해하는 부모님께 그날 입국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내 생일 지나서 오니까 다행이라며 농담을 하시면서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어린 왕자 소설처럼 한 시간이 아닌 무려 세 달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기다리며 행복해하실 부모님. 나는 친구의 조언으로 서프라이즈 효도가 아닌 행복한 기다림의 효도를 해 드렸다.
내가 한국행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나를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