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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이스 Jun 25. 2024

위험한 도시 (1)

아침 8시에 광화문역 근처에서 강도를 당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멀쩡히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 확률은? "한국은 엄청 좋은 나라라서 이런 일이 절대, 죽어도, 꿈에도 일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런 일이 일어날 상황에 대한 확률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 나에게 벌어졌다. 그동안 수많은 미친놈들을 봤지만 나에게 공격을 하려고 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침 8시에, 그것도 대로 한복판에서...   


코로나 전에도 길거리에 homeless들이 많았다. 주로 그들은 자신만의 장소를 지정해 놓고 머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본인 앞에 작은 돈 통만 놓았을 뿐이었다. 이때도 공격적인 미친놈들이 있긴 있었다. 나 또한 지하철 역에서 아무에게나 소리를 지르던 남자에게 밀쳐져 크게 넘어질 뻔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3년의 팬데믹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온 캐나다는 보는 족족 쓰레기차로 다 수거해 가면 좋겠다 싶은 미친놈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들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한다. 팬데믹 전에 비해 너무 공격적이다. 지하철역에서, 큰 도로변에서 아무 이유 없이 묻지 마 공격을 당해 사망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는 내가 바로 그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큰 도시 한복판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아무 이유 없이 동양인이란 이유로 침을 맞고, 욕을 듣고, 밀침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났다. 도대체 왜 이 도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평범한 평일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따라 집에서 일찍 나와서 스타벅스를 들려서 커피를 픽업했다. 스타벅스에 나와서 한 열 걸음 정도 걸었을까? 한 남자가 화단에 걸터앉아 있었다. 바쁘게 내 갈길 가던 중이었으니 그 남자가 화를 내며 일어나기 전까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갑자기 일어나서 나에게 욕을 하며 "Give me my fucking..."라고 소리쳤다. 너무 놀라서 뒷부분은 못 들어 정확히 뭘 달라는 건지 모르겠으나 뭐 돈이나 마약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공격적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순간 몸이 얼어붙어 주변을 돌아봤으나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신호 때문에 대로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차가 지나간다고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오히려 차가 없어서 그 길을 빠른 걸음으로 무단횡단 할 수 있었고, 그 미친놈은 다행히 쫓아오진 않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911로 전화를 걸어 신고를 했다. 애초에 그놈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경찰관 두 명이 그곳 주변에 서성이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경찰관이랑 대화를 나눠봤다.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경찰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여전히 긴장되고 떨렸지만 잘 대답하고 그 둘은 다음에 또 그 남자를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다시 911로 신고하라는 말을 남긴채 떠났다.  


이런 일을 언제 또 당할지 모른다. 저녁 10시, 맥도날드에 스무디를 사러 갔다가 무서워서 눈물이 날 뻔한 적도 있었다. 바로 내 옆에서 정신 나간 남녀가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데 맥도널드 직원들과 손님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전혀 멀쩡하지 않아 보여서 더 무서웠다.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출퇴근하는 그 15분 동안 평균 5명의 정신이상자를 마주친다.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에어팟을 끼고 다니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나는 언제 공격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칼을 쥔 처키처럼 핸드폰을 쥐고 걷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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