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Top 10
이번 주 '지극히 주관적인 top10'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10개를 선정해 본다.
1. 타이타닉
1번은 무조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타이타닉이다. 족자를 사서 내 방에 걸어 놨고, 영화 테이프도 샀고, 타이타닉 관련 책도 샀고, 이후에 타이타닉 전시도 갔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에전에 한 예능에서 100명의 방청객에게 정해진 숫자만 투표를 받아야 하는 게임이 있었다. 도전 숫자가 점점 낮아지기에 출연자들은 점점 적은 사람들이 했을 법한 문제를 냈다. 마지막으로 오직 1명만 투표해야 하는 문제에서 "나는 같은 영화를 3번 이상 영화관에서 본 적이 있다"가 나왔고 오히려 너무 많은 방청객들이 투표를 하는 바람에 완전히 실패한 적이 있다. 황당해하는 출연자가 방청객들에게 도대체 무슨 영화를 그렇게 봤냐 하니 방청객들이 '타이타닉'을 외쳤다. 나도 타이타닉을 좋아했지만 그 언니들은 대체 왜 타이타닉을 영화관에서 N차 관람을 했을까?
2. 동감
이 영화 역시 타이타닉만큼이나 어릴 때 본 영화라 그 감성을 오롯이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창 재밌게 보다가 마지막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고, 어린 나이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어느 정도 커서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전히 명작이었다. 개인적으로 리메이크는 안 하는 게 좋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리메이크 작품을 보지도 않았다. 죄송.
3. 미드나잇 인 파리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으라면 말했던 작품. 개인적으로 우디앨런 감독을 좋아하는데 내가 본 그의 첫 작품이다. 아름다운 파리 배경도 좋고, 꿈같은 판타지 설정도 좋고, 파리에 세계에서 제일가는 예술가들이 모두 모인 파리 전성기 시절도 좋았고, 음악도 좋고, 주인공의 선택도 좋았고, 모든 게 다 좋았다. 나에게 '영화라면 자고로 이래야지'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작품.
4. 라따뚜이
10개 작품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개인적으로 쥐는 당연하고 쥐에 날개 달렸다는 이유로 새도 극혐 하는데 어째 쥐가 주인공인 작품을 좋아한다니. 괜찮다. 미키 마우스도 쥐니까. 무튼 나는 기본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그냥 재밌게만 보고 있다가 마지막 명대사를 보고 감동의 늪에 빠졌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순 없다. 그러나 예술가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누구나) 될 수 있다." 캬!
5. 라라랜드
어느 날 오래된 친구가 연락을 했다. '라라랜드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완전 네 스타일이야. 한번 봐 봐.' 그 친구가 내 취향을 얼마나 잘 아는진 확신이 서지 않아서 바로 보러 가진 않았다. 그런데 인터넷에 이 영화가 난리가 난 것이다. 후기도 좋고 평점도 좋았다. 대체 뭔데 그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라이언 고슬링이 나온다고? 일단 봐야지. 이 감독의 전작 '위플래시'가 너무 불쾌하고 싫었기 때문에 안 보고 싶었지만 참고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내 친구의 예상은 적중했다! 연출, 음악, 연기 다 좋았는데 마지막 결말이 많은 사람들이 원한 대로 해피엔딩이었다면 난 싫었을 것 같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 이 영화의 급을 올렸다.
6. 기생충
따로 부가 설명이 필요할까? 기생충은 단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최고의 영화임이 분명하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을 때 나는 거의 울뻔했다. 내 생애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이런 순간을 시청하는 날이 있을 거라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일이 일어났다. 진짜 솔직히 여기서만 고백하건대 나는 봉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본 적이 없다. 천만 관객을 돌파하고 난리가 났을 때도 관심이 없었다. 기생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봉감독의 전작들을 챙겨 봤다. 오히려 영화를 어느 정도 공부한 뒤에 이 작품들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7. 첨밀밀
내가 어릴 때 이 영화의 주제가가 TV에 많이 나왔었기에 나는 무슨 영화인진 모르겠지만 별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몇 년 전 본 홍콩영화 '중경삼림', '아비정전', '화양연화'가 모두 좋았기 때문에 또 다른 영화로 아무 생각 없이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영화에 빠져 들었다. 영화 후반부엔 오열을 하고야 말았다. 그냥 운 게 아니라 정말 엉엉 울며 오열을 했다. 아직도 왜 그렇게까지 울었는지 모르겠다. 첨밀밀만큼 영화를 보며 영화 속에 푹 빠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못 알아들으니 열심히 자막을 읽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혹시 누가 내게 '새드 엔딩도 아닌데 왜 오열했냐'라고 물으면 새드 엔딩이 아니라서 더 울었던 거라고 말할 수 있다.
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내가 봉준호 감독보다 우디앨런 감독보다 더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는 감독은 바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비록 다 비슷하게 들리는 일본어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감독의 이름을 한 번에 제대로 말한 적이 없었지만 어쨌든 난 이 감독의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지금도 구글에 검색해서 확인하고 썼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성이 있는 작품이 바로 이 영화가 아닐까? 그다음은 세 번째 살인, 아무도 모른다 정도? 나는 매우 재밌게 봤고, 남들에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영화.
9. 타인의 삶
10개 작품 중에 가장 대중성이 없는 영화로서 본 사람이 가장 없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아마 한국도, 미국이나 영국도, 일본이나 홍콩 영화도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화는 2006년에 개봉한 독일 영화로서 역시나 마지막 장면에서 오열을 했다. 영화가 끝나고도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오해는 마시라! 슬픈 영화는 아니다. 그럼 왜 울었냐 누가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이건 영화를 봐야 안다. 정상적인 인간 같지 않을 정도로 이성적인 독일의 비밀경찰인 주인공이 예술가 커플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으면서 의도치 않게 친밀해지고 결국 자신도 변화하는 내용이다.
10.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3
10개 작품 중 유일한 판타지이자(미드나잇 인 파리 판타지로 봐야 하나?) 내가 가장 최근에 본 작품. 주변에서 가오갤 가오갤 거리며 난리를 칠 때도 나는 마블 영화를 하나도 안 봤고 그런 히어로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보지 않았다. 심지어 1편을 보다가 잠이 든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그래서 2편도 기대 없이 봤지만 나도 모르게 빠져 들고 말았다. 그리고 역시나 마지막에 울었다. 근데 이건 울 수밖에 없다. 다들 공감할 것이다. 사실 이 정도로 잘 만들고 재밌는 영화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꼽은 건 이 영화 덕분에 나의 우주공포증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밤에 하늘을 못 올려다본다. 크고 까만 하늘이 무서움을 넘어서 두렵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래도 조금은, 별이 많은 밤하늘을 쳐다볼 수 있게 됐다. 좀 웃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