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이스 Sep 20. 2024

7. 한국이 싫은 10가지

제목은 일부러 자극적으로 썼다.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태어 낳고 한국에서 자라며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꿈을 키웠다. 한국이 나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내가 현재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다 한들 한국이 싫을 리가 없다. 다만 한국을 나오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제발 바뀌었으면 하는 한국 특징 10가지를 정리해본다. 


1. 나이에 민감한 것 

한국 사회는 너무 나이에 집착한다. 20살에 대학 가야 하고 22살에 군대 가야 하고 25에 취업해야 하고 30살쯤 되면 결혼해야 하고 그 이후엔 아기 낳아야 하고... 물론 요즘은 비혼주의도, 딩크도 많으니 무조건 이 패턴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나이에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라고 믿는 것 같다. 일을 하다 20대 후반에 다시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2년제를 나오고 일을 하다가 4년 제로 뒤늦게 편입하는 거? 나이가 30이 넘어서 경력이 없는 분야로 전환하려고 할 때, 팀의 막내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 30에도, 40에도, 50에도 언제든 가던 길에서 다른 길로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그게 참 쉽지 않다. 


2. 돈에 집착하는 것

난 아주 어릴 때부터 돈이 많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정작 부모님은 굉장히 평범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분들이었는데 나는 돌연변이로 성공에 집착하는 어린이였다. 나는 안 읽은 자기 계발서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를 벗어나보니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이런 '성공스토리'에 미쳐있는지 알게 되었다. 요즘 들어 인스타그램에 그런 계정이 많이 보인다. 디지털 마케팅으로 몇억을 벌었다며 너도 자기처럼 할 수 있다며, 주변에 가난하거나 부정적인 사람들하고는 연을 끊고, 퇴사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물론 정말 맞는 말인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 버는 것'에 미친 사람들처럼 보인다. 돈? 당연히 많으면 좋겠지. 근데 돈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한 삶이고 행복할까? 돈에 눈이 멀어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3. 무조건 흑백으로 나누는 것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라는 말이 나온 지가 언젠데 어찌 된 일인지 사회는 더 이분법적으로 나뉘었다. 보수와 진보, 부자와 가난한 사람, 여자와 남자, 꼰대로 표현되는 기성세대와 엠지세대 등등... 비혼을 외치며 결혼을 안 한 여자들은 결혼해서 애를 낳은 여자들을 한심해하고, 엄마가 된 여자들은 비혼인 여자들을 불쌍해한다. 대체 왜 소속을 만들고 나눠서 싸우는 걸까. 어차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할 텐데... 점점 중간진영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다. 중도의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 중산층 등등... 이 세력(?)이 더 커져서 제발 좀 편 가르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4. 술에 인자한 것

항상 궁금한 건데 왜 술 먹고 범죄를 저지르면 감형되는 걸까? 왜 "아휴. 평소엔 착한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저래. 술이 원수야."라고 하는 걸까? 술은 죄가 없다. 죄는 그 술을 마신 사람이 저지르는 거다. 멀쩡하고 진짜 착한 사람들은 술을 마셔도 착하다. 한 유명인이 술에 만취해서 비록 나체차림이었다고는 하나 편의점 의자를 가지런히 정리했다는 뉴스를 본 일이 있는가? 술에 정말 많이 취해서 옷을 벗고,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이런 건 이해할 수 있다. 술을 먹고 성범죄를 저지른다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우리는 정말 '착한 사람인데 술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백번 양보해 헐크처럼 원래는 착하고 젠틀한 사람인데 술을 마시면 난폭해진다고 치자. 그래도 본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달게 받아야 술을 끊을 것이 아닌가. 대체 왜 술이 뭐라고, 음주운전 빼고 나머지 범죄는 다 봐주는 분위기인 거야?  


5. 범죄 형량이 낮은 것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범죄 형량이 낮고,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걸까? 감옥에 자리가 없나요? 나 진짜 궁금한데 어디 가서 물어야 하는 걸까. 오죽했으면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졌고, 인터넷에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을까. 국가의 가장 큰 목적은 국방과 범죄예방이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가해자들이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는다면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나는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걸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6. 무례한 것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무례하다. 안 물어봤는데 참견하고, 안 궁금한데 알려주려고 한다. '너 생각해서 말해주는 거야'라면서 선을 넘는다. 이런 무례함은 꼭 다른 사람을 참견하지 않아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글이 있다. 잘생기기로 유명한 남자배우와 객관적으로 잘생김과는 거리가 있는 유명 유튜버의 사진을 올려놓고 투표를 한 것이다. 다른 조건이 다 같다면 나이가 많은 잘생긴 배우냐, 나이 어리고 잘생기지 않은 유튜버냐. 댓글은 압도적이었다. 나는 그 글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유병재나 김해준 같은 개그맨들이 인터넷에서 일명 '밸런스 게임'라고 하는 것은 본인들이 당사자기 때문에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삼자가 아무리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사진을 올려서 그렇게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에 인색한 것 

남을 참견 잘하면 어려움을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도 잘할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생각보다 훨씬 인색하다. 그건 아마 남을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본인이 당하는 경우나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본인 짐 내놓으라고 화내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잡고 끌고 가는 것을 목격한다거나 누군가 술에 취해 길에서 쓰러져 있다거나 하면 신고라도 하자. 만약 누군가가 한 번도 112에 신고전화를 해본 적이 없다면 그것은 아마 그 사람의 삶이 순탄했기 때문보다는 신고해야 하는 상황을 외면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8. 유행에 너무 민감한 것 

유명한 드라마나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고 다음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TV를 보고, 연예인 스케줄을 체크하고,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곳을 다녀야 했다. 천만 영화를 안 봤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벌레 보듯 했고, 한창 유행 중인 음식을 안 먹어봤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패배자 취급했다. 한국 사회는 마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오른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그런 모습 같다. 조금만 인터넷을 멀리해도 유행에 뒤처지고, 요즘 뭐가 유명한지 혹은 뭐가 인기가 좋은지 모르면 한 없이 못난 사람이 되고 만다. 조금만 더 각자가 좋아하는 것, 각자의 취미와 관심사에 집중할 수는 없는 걸까.      


9. 허세 부리고, 과시하는 것 

나는 차에 대해 잘 모른다. 관심도 없고, 차를 살 생각도 없다. 나에게 차란 바퀴가 4개 달린 교통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다. 그래서 나는 차 브랜드도 잘 모른다. 엄청 유명한 독일차 브랜드 세 개랑 미니쿠퍼. 뉴비틀 정도만 안다. 몇 년 전, 내가 '포르셰'가 뭔지 몰랐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기억한다. 한국은 비싼 차, 명품 가방, 아파트도 유명한 건설사에서 지은 이름 있는 아파트 등등... 포장지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본인의 능력이 충분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버는 월급을 전부 비싼 자동차의 할부로 내는 젊은이들도 많다고 하니 문제다. 그러고는 남들이 알아줬으면. 부러워해줬으면 하는 것 같다. 미안한데 하나도 안 부럽고 하나도 안 무서워. 


10.  마지막으로 쿨병

요즘 한국 사람들이 걸린 이상한 쿨병에 대해서 글로 쓰는 건 처음인데 나중에 자세하게 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짧게 얘기하면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구화', '서양의 쿨함'이 잘못 이해되어 '무례함'이나 '민폐'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린아이가 길에서 뛰다가 할머니를 치고 지나갔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에게 할머니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너 ㅇㅇ하고 싶냐 ㅇㅇ할까? 이런 식으로 질문만 해대다가 사라진 일을 인터넷에서 읽었다. 본인은 굉장히 깨어 있는 부모라 아이들에게 핸드폰으로 영상, 만화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식당에서 아이들을 그냥 방치하는데 남에게 민폐 끼칠 거면 그까짓 뽀로로 그냥 좀 보여 줘라. 서양권에선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는 대신 아이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관리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 전반적으로 이 쿨병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쿨한 거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이전 06화 6. 내가 되고 싶은 사람 특징 10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