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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dless Nov 05. 2020

7. 지난 8월 어느 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깔린 도시는 다시 시작된다.


해가 내려가면 도시는 형형색색의 간판 불빛과 욕망을 자극하는 상가의 불빛,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가로등, 아파트 단지의 각 집안의 거실과 방을 밝혀주는 인공의 불빛들이 올라와 도시를 밝히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도시의 어느 곳은 낮보다 밤에 사람들이 몰리고 더욱더 밝은 빛을 내며 도시를 낮보다 밝은 밤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밝은 밤은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랫동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그 존재로 인해 지금 도시의 밤은 이전의 밤보다 분명 그 밝기는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낮보다는 밤에 산책을 한다. 더위도 있지만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보이지 않는 존재와의 접촉을 피하는 방법은 현재로선 사람을 피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낮동안에 불가피한 접촉은 어쩔 수 없지만 산책과 걷기를 하는 동안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


밤의 밝기가 낮아지면서 역설적이게도 밤을 즐기고 있다. 마치 많은 동물들이 낮 동안의 빛을 피해 어둠이 깔린 밤에 활동을 시작하듯이  나도 그렇게 야행성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재택근무를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낮동안의 움직임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출근을 한 경우는 그래도 잠시 나가서  햇빛을 보며 산책을 할 수 있지만 재택 하는 날은 언제 연락이 올지 몰라 집 밖을 잠시라도 나가기 어려워 오히려 낮동안의 산책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밤 산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밤동안의 움직임은 불가피한 선택이나 해를 보지 않음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에 기분이 자주 다운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래도 오늘도 역시 해가 지면 문을 나설 것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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