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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롱 Nov 17. 2020

한강 위에 누워 바라본 서울 하늘

2017년 9월의 B430 : 한강 패들보드

8월의 기록에서 충분히 드러났듯, 나의 운동신경은 0에 수렴한다. 물론 수영도 못한다. 하지만 바닥난 운동신경에 비해 물은 또 좋아해서 이번엔 한강 물에 제 발로 빠질 각오를 한 것이다. 절묘하게도 강습을 예약한 바로 다음날 제주 힙스터 효리 언니가 패들보드를 타는 모습이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전파를 탔고, 난 유행을 따라가는 모양새에 약간 억울해하며 뚝섬 한강공원을 찾아갔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졌지만 당시에는 패들보드인지 페달보트 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더랬다. 해서 꽤 많은 친구들이 '그래서 오리배랑 뭐가 다른데?'라거나 '한강에서 수영을 한다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사실 나도 잘은 몰랐지만 '패들보드란 말이야~ 진짜 큰 서핑보드 위에서 요가도 하고 노도 젓는 거야~'라며 아는 체를 했었다.


 하지만 실물로 그 '진짜 큰' 서핑보드를 처음 봤을 때에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155cm 단신인 나를 기준으로 머리와 발을 맞대고 두 명쯤은 누울 수 있는 거대한 길이와 엄청난 무게! 패들보드는 각오했던 스케일보다도 훨씬 더 컸던 것이다.  


 낑낑거리며 보드를 한강물 위로 올리고, 혹시 빠지면 어쩌나 심장을 발랑발랑 튀기며 그 위에 올라섰다. 큰 크기만큼 보드는 안정적이었다. 몇 번의 휘청임에 쫄았던 것도 잠시, 곧 이 나룻배(?)에 완벽 적응했다. 엎드렸다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너무나도 즐겁게 소박한 항해를 즐겼다.  


 그렇게 한강 한가운데까지 노를 저어가 보드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상상치도 못했던 곳에 누워있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스무 살에 상경해 대학을 졸업하는 스물다섯까지 한강은 가질 수 없는 서울의 산유물이었다. 생활 반경이 꽤 좁았던 대학시절의 나로서는 강남 가는 지하철에서 가끔 마주치는 부자들의 전유물 같았달까. 그런 한강 물 위에, 말 그대로 그 물 위에 내가 누워있다. 하늘은 기분 좋게 맑았다. 


 다시 몸을 일으켜 보드 한쪽으로 두발을 내려 물장구를 쳤다. 한강은 생각보다 따뜻했고, 가까웠다. 멀게만 느꼈던, 내 삶이 아닐 것만 같던 한강이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B430를 시작하고 단 두 달 만에 나는 알았다. 뭐든 손을 뻗어야 비로소 가까워진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해 질 녘 한강 위에서 유유히 노를 젓는 행복, 도전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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