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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Mar 23. 2023

우산장수 짚신장수

아침 동산에서(32)

(이미지 출처: 어린이 경제신문, 푸른감람나무(blog,naver))  

  

   아침에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좋은 소식을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다. 비가 옴으로서 가장 좋은 이유는 산불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기 중에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여타 다른 화재가 날 가능성도 조금 줄어든다. 그것만으로도 소방대원에겐 좋은 소식이다. 출근해서 비가 오는 날이라면 아무래도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출동 때문에 미뤄뒀던 행정업무를 하거나 의류세탁, 환경 정비를 하기에도 좋은 날이 된다. 그리고 그런 날은 출동 대기를 하면서 모처럼의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소방관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나도 구급업무를 해 봤지만 구급대원으로서 비가 오면 그건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다. 일단 내 경험으로는 비가 오는 날이면 자살 시도자가 많아진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비타민D의 생성이 저하되어 우울증이 심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8o-5yqjlBDw

(뭐, 이렇다고 한다~)


   거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만성 질환자의 통증이 심해진다. 쉽게 말해서 병이 없던 사람들은 기분이 안 좋고 병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아픈 날이 바로 비 오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 자살 기도자와 만성 질환자들의 신고로 구급출동은 더욱 많아진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날, 차는 더욱 막힌다. 긴급한 신고를 받고 구급차를 몰고 신고장소까지 가는데 출퇴근 시간이라면, 또 비가 오고 있다면 마음은 조급해진다. 신고자와 상황실에서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말을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차가 밀려서 늦게 간다는 말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날은 구급차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비가 오는 거리를 겨우 달려 현장에 도착하면 골든타임을 놓쳐 자살 기도자는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고 만성질환자는 왜 이리 늦게 왔냐며 도끼눈을 뜨고 있다. 또다시 비가 오는 거리를 달려 CPR을 하면서 심정지 환자와 만성질환자를 병원에 이송해 주고 오면 진이 다 빠질 때가 많다. 그래도 구급차 앞 차창에 계속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 구급대원들도 울고 싶어 진다.  


   이렇게 적고 보니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두었다는 어머니의 옛날 전래동화가 생각난다. 


https://youtu.be/QfWK36pDEhQ

(우산장수 짚신장수~분위기에 안 맞게 재밌네~)


   그렇다!,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인식전환!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의 짚신이 안팔릴까, 날이 좋으면 우산장수 아들의 우산이 안팔릴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나 비가 오면 우산장수 아들의 우산이 잘 팔려 좋고, 날이 좋으면 짚신장수 아들의 짚신이 잘 팔려 좋으니 그렇게 생각을 바꿔 항상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소방도 이 어머니처럼 인식전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비가 오는 날은 구급출동이 많아지고 구급대원들이 아픈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많아져서 좋고, 맑은 날은 산불이나 기타 화재가 많이 나서 소방대원들이 그걸 끄는 데 한몫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걸로 말이다. 우리가 소방에 들어온 목적도 물론 무조건적인 봉사나 선행이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러 들어온 목적이 많을 테지만 우리 소방관들은 그렇게 월급을 받으면서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아니던가? 그러니 비 오는 날이나 맑은 날이나, 구급대원들이나 소방대원들 모두 현장에서 고생이 많겠지만 거기에 따른 보수를 받으면서도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그러면 늘상 아들 걱정뿐이던 어머니가 걱정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았던 것처럼, 우리도 비록 고생은 되지만 사회에 좋은 일을 한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인해 뇌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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