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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방관아빠 무스 Apr 05. 2023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

아침 동산에서(33)

   건조한 날씨 속에서 며칠간 전국에 난 산불은 모두 40건을 넘어섰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산에서는 산불이 없었지만 전국에서 몇 날 며칠 동안 산불을 끄셨던 모든 소방관과 유관기관 직원들 모두 수고가 많으셨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산불에 관한 것이 아니다.(하기야 매년 봄이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일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안전 불감증이라고 말하는 내 입만 아플 것 같다.)


https://youtu.be/nLBfw_fQ3Cs

(대전시에서 일어난 산불 성차별(?) 논란)


   산불 성차별이라고 하니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한데 한마디로 말하면 대전시에서 난 산불을 끄기 위해 공무원 남직원들만 동원하고 여직원들은 귀가시켰다는 얘기다. 성차별이라면 성차별이랄 수도 있는 문제인 것 같다. 귀가하라는 문자를 보았을 때, 그 여직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야호, 불 안 끄고 집에 간다!'라면서 쾌재만 불렀을까? 자신이 업무에서 배제된 것 같은 마음에 찝찝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 6시까지 산불을 끄기 위해 집결하라는 문자를 본 남직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같은 직원인데 왜 우리만 산불을 꺼야 하냐고 입술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기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첨예한 남녀 갈등으로 안 그래도 사회가 시끄러운데 대전시에서 이번에 기름을 제대로 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남녀 갈등이 시작된 것은 내 기억에는 아마 '이화오적'이라고 불리는 이화여대 출신들의 헌법소원이 첫 시발이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남자가 군대 갔다 오면 공무원 시험에서 높은 가산점을 받아 아주 유리했던 것이다. 이것이 불공평하다며 이화여대 출신의 '이화오적'-아마 배 아픈 남성들의 관점에서 지어진 이름인 듯- 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남자들의 높은 가산점은 없어졌고 남자들은 여자들과 아주 동등한(?) 조건에서 공무원 시험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엉덩이를 무겁게 한자리에 앉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공무원 시험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남자들의 공무원 점유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한창 시절에 3년씩이나 젊음을 국가에 바치고 그렇게 녹슨 머리로 여자와 동등하게 경쟁하는 게 말이냐 되냐고 -자기가 공부 안 했단 말은 안 하고...- 항변했던 그 사건이 바로 남녀 갈등의 시발이었던 것 같다. 


   그런 항변쯤이야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시대에 우린 이미 와 버렸다. 가장 첨예한 남녀 갈등은 아마 여자 소방관, 여자 경찰관과 육아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한쪽에선 불도 못 끄고 범인도 잡을 수 없으면서 왜 여자가 소방관, 경찰관으로 임용되어야 하는가를 말하면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체력시험을 통과해야 임용을 하자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남자도 여자와 똑같이 육아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많은 가정에서 육아에 남녀가 동등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산불을 끄고 여자는 귀가하라는 상부의 메시지라니... 공직 사회가 너무나 이 사회의 시류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산불을 끄는 일은 건장한 성인 남자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험한 곳에서의 험한 일에 여자 직원이 동원되었다가 산불을 끄는 일은 고사하고 안전사고라도 당하게 되면 상부(?)로서는 더욱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연에(?) 여자 직원을 귀가시킬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 같이 불 끄러 온 직원들에게 누군 가고 누군 남으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남자 직원들이 산을 타며 불을 끌 동안 여자 직원들은 산불 진화 도구를 정비하고 남자 직원들이 산에서 내려오면 먹을 수 있게 음료와 간식을 준비하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우리가 남자 직원들의 어시스트나 하러 공무원이 된 건 아니라고 말하는 여자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순간 꼰대 등극?-


   글쓰기에 참으로 조심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남성 동지들에게 욕을 얻어먹을 것 같고, 저렇게 말하면 여성동지들의 아유가 들릴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십 년 전에 읽은 불후의 명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보면 남녀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데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이십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명저, 화성남, 금성녀)


  힘든 일을 만났을 때, 남자는 동굴로 들어가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여자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치유를 받는다. 그리고 남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수천만년을 이어 내려오면서 끼등을 잡으며 사냥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것이 유전자에 새겨진 듯~) 여자는 멀티테스킹에 강하다(남자가 토끼를 잡으러 간 사이 아이도 키우고, 집안 청소도 하고, 요리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쓰는 언어는 같지만 미묘한 뉘앙스 때문에 그 뜻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렇듯 남자와 여자는 지구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별, 화성과 금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물론 나도 그 내용에 거의 100% 동감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근 20여 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남녀는 '평등'이란 조리기구에 넣어 이리저리 돌려도 뚝딱~ 음식이 되어 나오는 밀가루 반죽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남녀를 평등하게, 혹은 공평하게 재단하려 하면 할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지기만 할 뿐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공평하게, 평등하게~라는 말은 접어놓고 여성은 여성의 특성과 본질에 맞게, 남성은 남성의 본질과 특성에 맞게 대우하고 역할을 분담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이화 오적'사건이 생기기 전에는 그래도 남자는 여자를 배려하고 여자는 남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었다. 소위 '젠틀맨'같이 매너 좋은 남자를 대우해 줬었다. -하지만 요즘 그러면 어디선가 호구 잡히거나 사기꾼 정도로 몰리기 딱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미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힘이 약한 여자를 대신해 기사로 나서거나 도와주거나 혹은 배려해 주는 미덕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다. 예를 들면 여자 경찰이나 여자 소방관이 왜 필요하냐는 물음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진정 '젠틀함'이 몸에 밴 사회라면 그런 힘이 약한 여자 사람들을 탓하기 전에 그들이 쩔쩔 매고 있을 때 나서서 도와주는 미덕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자라고 모두 다 힘이 약한 것도 아니다. 


https://tv.kakao.com/v/436860539

(이런 사람들도 잇쓔~)


   이렇게 여자지만 남자들보다 힘이 쎈(?) 여자들도 있는 것이다. 그럼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출동부서에서 남자들과 함께 현장출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일반적인, 아니, 평범한 여자라면 소방서나 경찰서에서도 내근부서나 상황부서에서 일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편한 곳에서만 일한다고 남자 직원들이 손가락질해선 안된다.- 여자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그런 곳에서는 남성들이 갖지 못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본질과 특성을 인정해 주어야 우리 사회도 부드럽게 돌아갈 수가 있다. 그리고 남자이지만 그런 여성들처럼 꼼꼼하고 섬세한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남자 직원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내근 부서나 상황요원으로 적합하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의 특성과 본질을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획일적으로 남자는 출동부서, 여자는 내근직이나 상황요원으로 이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개개인의 특성을 살려 보직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조직이 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지구이지만 반대로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 또, 개개인의 차이와 특성을 인정하고 배려할 때 우리 공직사회와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나라, 더 나아가서 온 지구는 인류가 더욱 조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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