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방관아빠 무스 Dec 23. 2022

아듀~2022!

아침 동산에서(28)

   마지막 한장밖에 남지 않은 달력을 들춰 본다. 다음 장은 없는 12월, 마음이 스산하다. 벌써 일년, 세월은 왜 이리 빠른 걸까?, 아니면 내가 늦은 건가?


   월드컵도 끝나고 송년회도 지치고 마음 둘 곳 없는 연말의 날짜는 시계 초침 소리를 내며 재깍재깍 흘러간다. 조금 있으면 또 한해 나이를 먹겠군, 내년부터는 만 나이로 통일이 된다던데 그러거나 말거나 12월 31일 밤 제야의 종소리, 카운트 다운 소리는 또 한해 나이를 먹으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날 밤에도 어김없이 새해 선물을 배달되겠지~ (사진 출처-다음까페 창원엔라이더))


   '언제 이렇게?~'를 연발하다 보니 흘러 온 50년, 결국 그 소리를 하다 관 속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뇌리를 스치고 대퇴부를 강타한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자신의 애창곡이 월요일 저녁 kbs '가요무대'에서 흘러나올 때라던데 어제 그것을 바로 실감했다. 실로 오랜만에 집에서 가요무대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흘러나오는 노래 절반 이상이 바로 내가 소싯적?에 한창 즐겨부르던 노래가 아니던가? 그 순간 방청석에 있는 관객들이 더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로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형님, 누나 아니면 내 또래쯤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촌스럽기 짝이 없던 조명과 뒤에서 춤을 추고 있는 댄서마저도 왠지 모르게 푸근하면서도 정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무대는 이래야 제 맛이지, 요즘 복고와 레트로가 뜨고 있더던데, 7~80년대 것이 역시 가장 좋은 것이었어~'


   내 맘속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오자 나 스스로도 흠칫 놀랐다.


   '나도 서서히 노땅?이 되어가고 있구나, 아니 벌써 되었는지도 모르겠군~'


   어쨌거나 흘러가는 세월을 돌이킬 수 없으니 그것은 그것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지금은 흘러간 2022년을 되돌아 보고 정리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22년을 정리해 봤다. 올해 나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별다른 일은 없었다. 모든 게 평범한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일년동안 내가 이룬 것, 감사한 것을 꼽으라고한다면?



1. 브런치에 꾸준하게 글을 썼다.

   2022년동안 총 39편의 글을 썼다. 이 글을 발행된다면 2022년엔 총 40편의 글을 쓰게 되는 셈이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8,9월엔 글을 많이 쓰지 못했지만 나머지 달들은 거의 4편씩 썼다. 일주일에 한편정도씩은 꼭 쓴 셈이다. 브런치에 발을 딛고 나서 발행된 총 글 편수는 85편이다. 내년에는 아마도 100편을 넘길 것 같다. 100번째 글이 발행되면 조촐한 자축파티?라도 해야겠다. 가족들을 데리고 조그만 케잌에 촛불을 부는 게 다일지라도 한 곳에서 100편의 글을 써낸 내가 스스로 대견하기도 할 것 같다.


(내 만보기 앱에서 가장 많이 걸었던 4월달의 기록을 캡쳐함~)


2. 꾸준하게 걸었다.

   올해 초,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일년에 한번씩 하는 건강검진에서 내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언제 정확하게 끊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화재현장에서 무리하다 끊어진 것 같은데 가끔 몸이 안좋을 때는 무릎이 욱신욱신 쑤셨다. 하지만 그냥 나이가 드니까 아프겠거니 하고 넘기고 넘어갔었다. 그러다 이번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것이다. 어쨌든 그런 무릎으로 화재현장에서 화재 진화작업을 하고 비번날은 등산, 자전거 등으로 운동을 했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가 정말 곰같이 미련한 것 같다. 정밀검사를 해 보니 수술은 아직 안 해도 되지만 무리하게 사용하면 안된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게 됐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걷기'였다. 어떻게든 운동은 해야 하지만 무리한 운동을 할 수는 없으니 걷기라도 꾸준히 하자는 마음으로 비번날엔 하루에 만보를 걸으려고 애썼다. 그래서 만보기 앱을 폰에 깔고 걷기 시작했는데 오늘 일년 동안 걸은 걸음수를 헤아려 보니 총 2,120,387보였고 거리로는 1441. 86km를 걸었다. 서울과 부산을 3번 이상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다. 끊어진 십자인대로 버티면서 걸은 거리 치고는 꽤 많은 거리를 걸은 셈이다. 그래도 이 무릎을 가지고 2022년을 무난히 살아내 왔으니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3. 제 4회 공무원 노동문학상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10월 달 쯤에 전국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주최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문학상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브런치에 올린 글 중에서 공무원들의 노동을 주제로 한 수필 한편을 응모했는데 운좋게 장려상에 당선된 것이다. 장려상이라 상금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다른 당선자들과 강원도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학관'에서 1박 2일의 문학기행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다른 공무원 문우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4. 공인중개사 시험 1차에 합격했다.

   100세 시대,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에 소방공무원을 퇴직하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그래도 퇴직까지는 아직 10년이나 남긴 했다~^^;;- 하는 생각에 시작한 공인중개사 공부가 1차 합격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이제 3살인 막둥이가 20살이 되면 나도 70살이 되기 때문에 70까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름 꾸준히 공부한 것 같다. 당번날 일하고 비번날 막둥이도 봐야 해서나름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유*브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2차도 최종 합격하고 나면 나중에 퇴직해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해야겠다.  

   

(공인중개사 1차 합격 발표-대학 들어갈 때 이후 첨인 듯~ㅋ^^;;)


   이상으로 다사다난?했던 나의 2022년을 되돌아 보았다. 항상 말없이? 집에서 내조해 준 아내에게 고맙고 별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자라준 세 딸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직장동료들과 만나면 힘이 되는 친구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이렇게 말하고 나니 무슨 연말에 연기대상 받은 텔런트인 줄~ㅋ) 하기야 연기대상 받은 탤런트가 뭐 대수일까,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혼신의 힘을 기울여 2022년을 살아낸 자기 인생의 주인공들이 아니던가?


(부산앞바다 오륙도의 해넘이)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먼 바다로 나갔던 고깃배는 석양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뜨고 고깃배는 다시 바다로 나갈 테지... 2022년을 보내야 하는 오늘, 뜨거운 태양이 다시 뜰  2023년을 위해 오늘 저녁은 저 고깃배처럼 따뜻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아듀~ 잘 가라, 고마웠다. 2022!

이전 01화 이건희 회장이 남긴 유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