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동안 감기로 고생을 했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열은 안 난다며 코로나나 독감 검사는 해주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나을 거라고 약만 지어주었다. 그런데 병원을 세 번을 갔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목소리가 잠겨 아직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2021년 코로나에 걸렸을 때랑 비슷하다. 그때도 코로나가 거의 다 낫고 나서도 쉰 목소리가 나왔는데 어머니가 지어주는 보약을 먹고서야 목소리가 제대로 돌아왔던 것이다. 아래는 그때 적은 글이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감기가 옮을까 봐,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다 드리지 못했다. 젊은(?) 사람들은 며칠 앓으면 낫는 병이지만 어머니처럼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겐 감기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안 뵈니 안부가 궁금해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애비냐? 감기는 좀 괜찮니?"
어머니는 첫마디는 내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었다.
"네 이제 좀 괜찮아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직도 몸이 안 좋은가 보구나, 가만 기다려라, 내가 그 전화번호를 어디다 뒀더라?, 그때 지었던 보약을 한재 더 주문할 테니 물건이 오면 가지러 오너라"
엄니는 내가 보약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내 목소리를 듣고는 그 보약을 다시 시켜주시겠단다. 돈은 내가 내겠다고 말해도 한사코 한약방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는 가르쳐 주시지 않는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이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가 싶었다.
어머니는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기 때문에 한약을 못 드신다. 내가 보약을 지어드려야 하는데 그 핑계로 난 어머니 보약은 지어드리지 못하고 매번 얻어먹고만 있다. 아이들을 위해선 월급의 대부분을 쓰지만 정작 어머니를 위해서는 해드리는 게 거의 없다. 명절에 용돈 몇십만 원 드리는 게 전부다. 그나마도 이렇게 겨울에 보약 한재 얻어먹고 나면 엄니와 나는 쌤쌤이, 또이또이가 된다. 거기다 아이들이 한 번씩 놀러 오면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아가니 어머니 입장에선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자식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이너스가 아니던가? 그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꿔줄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욕심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부모님께 내리사랑을 받고 자식들에게 그 내리사랑을 그대로 물려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아무리 치사랑을 하려고 해도 그건 자신의 욕심일 뿐, 부모님은 자식의 치사랑을 받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다.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어머니가 내 곁에 아직 기다리고 계시니, 나의 무리한 욕심이지만 내년에는 혹시 치사랑을 할 수 있을지 남은 시간 잘 궁리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