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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앤디 Mar 18. 2024

프롤로그: 온전히 나답게 일한다는 것

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2017년 말,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라는 책을 기획해서 쓰기 시작했을 때, 내가 2001년부터 가장 많이 고민했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분야는 개인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커리어를 탐색하고, 선택하고, 설계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나답게 일한다는 것'의 정의도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업무 일상과 환경을 제공하는 커리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처럼 기업에서 팀워크, 리더십,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중보다는 개인을 위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았던 시기였다.


2024년 현재 상황은 반대이다. ‘우리’라는 맥락 안에서 다양한 ‘나’를 살펴보는 경우가 더 많고, 조직 밖에서의 삶이나 고민보다는 조직 안에서의 일상과 관계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변곡점이었던 2018년부터는 자연스레 ‘나답게 일한다는 것’이 조직에, 또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금 이 주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떻게 다르게 전달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의 글들에서 차근차근 정리해 보려 한다.




프롤로그 - ‘온전히 나답게 일한다는 것’


당시 썼던 프롤로그의 일부 - 개인의 커리어, 그리고 행복을 위해 쓴 책이었다.




Q. 책의 원래 대상이었던 이직을 고민하는 개인의 입장이 아닌,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도 일터에서 나답게 일하는 것은 중요할까?


‘시간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지금 직무와 직장에서 마음이 떠났든, 막 입사해서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든, 승진을 위한 실적과 인정이 필요하든, 직장인이라면 근무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쫓기듯 일하는 상황을 피하고 능동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좋든 싫든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을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과 형태로 운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나에게 최적화된 일하는 방식을 찾지 못했거나 이를 활용할 수 없을 때 업무진도는 더디고, 퀄리티는 떨어지고, 짜증만 쌓인다.


반대의 경우에는 효율로 절약한 시간만큼은 내가 그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학창 시절 나한테 맞는 공부방법을 발견했을 때 생겼던 변화를 떠올려 보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더 빨리 마칠 수 있는 일을 굳이 천천히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워라밸을 제공하고 싶은 조직이라면, 또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싶은 조직이라면, 각각의 개인이 가장 효율적으로 업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이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나답게 일할 수 없다면 가시방석일 뿐.


각 구성원이 어떻게 일해야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지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어쩌면 200만 원짜리 허만 밀러 에어론보다 훨씬 ROI가 높은 투자일 수 있다.




‘기여’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든, 임원이든, 팀원이든, 조직에서 쓸모없는 짐덩어리로 비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이직할 마음을 먹은 사람도 그런 평가를 받으면 발끈한다.


나답게 일할 수 있을 때 그만큼 조직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나의 고유한 관점, 방식, 프로세스, 목적 등을 적용하며 일한다는 것은 반대로 다른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관점, 취하지 않는 방식이나 프로세스, 염두하지 않은 목적과 영역을 봐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 말고는 할 수 없는 기여다.


물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만 하는 것이 조직에 제일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혹은 조직이 판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차피 나는 다른 누구로 대체되어도 상관없는 부속품이고, 단순히 노동력을 보태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기여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밈. 요즘은 AI 때문에 이 마저도 옛날얘기가 될 판.


그리고 이런 경우, 내 기여에 대한 인정은 한정적이고, 그 조직에서 큰 보상이나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fit이 맞지 않는 조직과 구성원인 것이다. 큰 스케일의 ‘시간 효율’이라는 관점에서도 서로에게 비효율적인 자원 운용이다.


조직 차원에서 우수직원의 리텐션을 높이는 데 있어 그가 대체불가능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의미에 대해 인정해 주는 노력은 빠질 수 없고, 리더나 채용을 담당하는 매니저라면 면접 단계에서부터 지원자가 우리 조직이 필요로 하는 기여와 그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궁합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2024년 3월 18일

박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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