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작 "어제보다 더 나답게 일하고 싶다"를 지금 다시 쓴다면
지난 글 1-1 ‘왜’라는 질문 하나로 일어난 놀라운 변화에서 존재이유를 스스로 탐색하고 정의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무엇'보다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존슨앤존슨이 138년 동안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진화해 온 사례를 들었었다.
하나의 기준을 더 추가하자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있어 Why만큼 How라는 질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 존슨앤존슨의 How는 무엇일까?
존슨앤존슨이 추구하는 Why/목적을 가장 잘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How/방식은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너무 심플해 보이지만, 이전 글에서도 공유했던 Our Credo에는 존슨앤존슨이 이런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가 여럿 나열되어 있다.
비용을 낮춰서 적절한 가격을 유지하는 How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존슨앤존슨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업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적절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주주들도 적절한 투자수익을 내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식/수단이다 (존슨앤존슨은 이렇게 아끼고 모은 돈을 주주들에게 꾸준히 배당금 형태로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더 장기적으로는 이런 방식을 통해 회사가 지속적인 수익을 내며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고, 어려운 시기를 넘길 자원을 비축하여 미래에 대비할 수 있고, 사회환원과 환경보호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마진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꽤나 현대적인, 멋진 철학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게 벌써 80년 전, 1943년 존슨앤존슨이 거래소에 상장되기 직전 창업가의 후손인 Robert Wood Johnson 당시 회장이 작성했던 내용 그대로라는 점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전화국’을 기억할 것이다. 81년 창립 이후 90년대까지만 해도 Korea Telecom, '한국통신'으로 불리던 KT는 지역 곳곳에 전화국 건물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KT Plaza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나마 남아 있던 곳들도 이제 없어지고 지금은 그 자리에 상업시설이 들어온 경우가 많다.
KT는 이름처럼 통신회사였다. 하지만 KT는 더 이상 전화, 인터넷, 이동통신만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다. 일반소비자가 아닌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회사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페이스북의 현인’, ‘직장인의 멘토’라 불리는 신수정 부사장이 있다. 그가 말하는 KT의 How/방식을 살펴보자.
도구만 달라질 뿐, 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하는 것이 KT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온 How이자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신, 보안, 디지털 전환/AI - 분야로 구분하면 다른 영역이지만, KT가 추구하는 Why/목적인 ‘고객의 보다 나은 미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 개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의 본질과 일의 본질을 What 대신 How와 Why라는 질문을 통해 정의하고 이 두 가지의 궁합을 맞춰보라고 제안했었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안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How와 Why를 정의하고, 밖으로는 우리가 하려는 일의 How와 Why가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 비교해 보면, 우리다움에 충실한 일을 하고 있는지, 올바른 방식과 방향을 추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3월 22일
박앤디
덧. 위에서 언급한 리멤버 인터뷰 중, 개인적인 커리어에서 Why를 찾는 것에 대한 신수정 부사장의 언급도 첨부한다. 신수정 부사장도 자신의 Why를 탐색하고 있다. 내년이면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