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ZI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mma Sep 19. 2022

[먼훗날우리 (Us and Them) 2018]

관계의 영속성이란 존재하는가





지극히 평범하고 가난한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은 우연 같지 않은 사건들 속에서 결국 필연이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끝내 헤어지고 사라지는 관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잊었거나 잊지 못한 인연들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내가 일부러 놓아버렸거나 애쓰려고 해도 결국엔 내 손을 떠나버린 사람들.


새롭게 찾아오는 사람들보다 떠나가는 사람들이 더 크고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과 보냈던 시간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떠올리면, 막연한 그리움의 감정이 피어오른다. 그 그리움의 심연에는 아쉬움이 더 커다란지, 후련함이 더 커다란지 도무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어서 막연하다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들이 밉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살아숨쉬고, 그들과 함께하며 웃었던 나 또한 선명하다. 왜 나를 떠났을까, 시간이 지나 그들에게 나는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 걸까.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해도 별다른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럼에도 나아간다.


흑백의 그리움과 회상은 과거일 뿐이라, 아무리 색채를 채워넣고 과거의 장면들을 다시 끌어오려 노력해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두 남녀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재회하는 씬들은 내내 흑백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서로를 놓치고 만 둘의 감정을 색채로 나타낸 연출이기도 하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둘의 관계 또한 돌이킬 수 없게 된 것이다.





나 역시 나를 지나간 숱한 관계들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손을 떠난 것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영원히 떠났다.


그래서 현재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다. 현재는 나에게 유채색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고, 그들과 함께하는 나 또한 빛난다. 과거의 관계를 나쁜 관계로 치부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중요한 건 지금의 나. 지금의 나를 둘러싼 이들이 내게 주는 사랑의 가치가 아닐까.


나에겐 지금의 웃음이 가장 선명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붕괴될 결심 [헤어질 결심, 20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