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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고 Apr 09. 2024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

너무 높다면 그것도 문제

제가 외국계테크회사에서 최소 50명 이상의 채용을 진행했고, 이를 위해 약 3-4배수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백그라운드가 좋은 사람들을 뽑았던 것 같아요. 국내외 명문대, 그리고 우리 모두 이름을 아닌 큰회사에 다닌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보았고 채용을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소위 스펙이 좋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되더라구요. 대다수의 그들은 본인이 명확하게 지시를 받기 전까지 일에 착수하지 못해요.


주입식교육의 폐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딱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만 정확히 인지를 하고 그 옆에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자신만의 관점이나 확신이 매우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해서 본인들이 명확히 이해할때까지 질문을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제가 탁자를 하나 만들건데 산에가서 나무를 베어오라고 했다고 할게요.

그럼 아래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어떤 산에 가야되죠? 청계산? 도봉산? 관악산?

산에서 어떤 길을 타고가야해요? 산책길? 등산로? 아니면 아무도 안걸어간 길?
어떤 나무를 얘기하시는거에요? 작은묘목, 아니면 고목, 아니면 중간?
전나무, 수리나무, 떡갈나무 등 어떤 종류요?

어떤걸로 베어와요?

어떤사이즈로 잘라와요?

어떻게 운반해야되요? 제가 지고 내려와요? 트럭이나 헬리콥터 보내주실건가요? 

전에 산에서 나무를 캐왔던 케이스가 있었나요? 벤치마크하게요.


질문하는거 좋죠- 사전에 이해도를 명확히해야 아웃풋에 대한 기대수준을 미리 맞출수 있습니다. 애써 나무 해왔는데, 그거 아닌데- 라고 하면 안되잖아요.


'메타인지'라는 것은 본인이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 했던 사람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렇게 자잘하게 파고들어서 명확한 그림이 된 후에 일을 시작하게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제일 먼저 상사가 피곤해집니다. 상사가 피곤해지면 그에게 더이상 일을 시키고 싶은 생각이 안듭니다.

"쟤는 왜 스스로 그림을 그릴 줄 모르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면 좀 안되나?" "같이 일하기 피곤하니 중요한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주자"


두번째는 속도가 느려지고 경쟁에서 뒤쳐지게됩니다. 같은 업무를 받은 동료는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미 나무를 다 베어와서 다음 태스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친구는 아예 시작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여러가지 질문을 한 후 명확히 그림을 그린 다음에 일을 시작하더라도, 결과물이 상사의 마음에 크게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사는 바쁜 사람이기때문에 큰 그림을 던져주고 이를 받은 부하직원이 본인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창의적으로 수행해오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디테일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으므로, '시킨대로만' 해오는 결과물이 썩 내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요?

본인의 전략을 만들어 상사에게 얘기해야합니다.


아래는 답변의 예시입니다.


저는 참나무가 우거진 xx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올까합니다.

xx산을 고른 이유는 조사해보니 대다수의 명산들에서는 삼림 보호를 위해 벌목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데, xx산은 동네산이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참나무로 고른 이유는 참나무의 고유 특성상 튼튼한 가구를 만들기 적합한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산의 특성상 차로가 없고 산책로만 있어, 산책로 초입에서 나무 한그루를 베어오겠습니다.

한그루를 베어올 경우, 6인용 탁자 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목재가 나옵니다.

운반에 트럭 한대가 필요한데,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xx일 xx시까지 회사까지 배송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참나무와 전나무를 함께 준비해볼까합니다. 전나무의 특성은 결이 아름다워서 탁자 상판의 무늬를 넣는데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합니다. 이에 대해 의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죠?


질문'만'하는 사람은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일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본인이 메타인지가 높다라고 스스로 착각하고 남들도 그렇게 봐주기 바라는 '관종'이 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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