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llie Young Feb 04. 2023

본디 Bondee! 하루 써보고 적는 첫 인상

메타버스 SNS Bondee를 동료들과 함께 써보았다

어제 직장 동료가 Bondee라는 앱을 소개해주셔서 하루 정도 사용해봤다. 자잘한 사용성 문제가 아직 있긴 했지만 MLP(Minimum Lovable Product)의 조건은 충족했다는 생각이다.


기존 메신저나 메타버스 서비스(예를 들면 제페토)와의 차별점이 꽤 있다고 느껴서 나열해보니 7가지 정도 된다.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오랜만에 글을 써봐야겠다 다짐했다.


정리가 덜 되어 있어도 어쩔 수 없다...! 나중에 다듬어도 되겠지...!!!


빠르게 본론부터!



1. 내가 아는 친구들끼리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제페토 등 기존 SNS 서비스에서는 검색 기능과 추천 알고리즘이 잘 되어있고 그게 곧 BM으로 연결되다 보니 나와 직접 관련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모든 계정, 그룹, 아바타 등의 정보가 보인다.


Bondee는 서로 추가한 친구들만 보인다. 물론 지금은 출시한지 얼마 안된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 서비스가 자라면서 광고를 붙이거나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아직은 친구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유저들에게 사용성이 가장 좋은 앱으로 꼽힐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젠리(zenly)처럼 친구들의 정보만 보이는 공간이란 것이 사용성 측면에서 강점이란 생각이다.

(물론 젠리는 BM을 결국 찾지 못한 것인지 이미 서비스를 중단했고 Snap map으로 바뀌었지만... 슬프다)

(젠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친구들의 아바타를 탭하면 [뭐해?]라는 버튼이 생긴다. 이 버튼을 누르면 지금 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 사진을 촬영해서 보내달라는 요청이 된다. 요 깜찍한 기능은 zenly에 있던 [Waht's Up?] 기능을 오마주한 것 같다.)





2. 촘촘하게 채운 소통 맥락 - 홈/상태 메시지

홈 화면은 유저 스스로가 중앙, 그 주위로 친구들의 아바타가 보인다. 앱을 소개해준 동료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친구 목록 리스트가 여기서 3D 아바타들이 나오는 홈 화면인 셈이다.


여기엔 내가 지정한 상태별로 아바타가 활동하는 걸 볼 수 있는 게 또 하나의 와우 포인트. 상태 '메시지'를 남길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처럼 사진을 올릴 수도 있다.

(요즘 인스타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 팔로우하고 있다보니 게시하기 좀 부담스러운데, Bondee에서는 아직 친구가 많지 않아 게시할 때 마음이 훨씬 편하다.)


다른 메신저에서의 상태 메시지는...

- 슬랙 같은 업무 메신저에서는 이모지+글 몇자 정도다. 지금 업무를 하고 있는 상태인지, 그럴 수 없는 상태인지 알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인 것 같다.

- 카카오톡은 친구들과의 소통이 주력이다보니 상태 메시지, 프로필 사진과 배경 이미지, 배경 음악, 요즘엔 좋아요까지 다양하게 갖추었다. 하지만 유저가 이걸 자주 바꾸게 할 만한 동기부여는 어려울 것 같다.


Bondee는 홈 화면에서 행동을 취하는 아바타가 보이기 때문에 상태를 자주 바꾸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

내 아바타가 [퇴근 준비 중]이라든가, [식사 중]이라든가 특정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 식사가 끝난 상황이라면 얼른 상태를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구현된 상태가 꽤 다양하다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친구들의 아바타 상태가 시간별로 바뀌는 것도 괜히 보고 싶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바뀐 상태는 게시물처럼 내 피드에 남아서 사람들이 좋아요/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3. 촘촘하게 채운 소통 맥락 - Chat Room

채팅 화면 중앙에 참여자들의 캐릭터가 같이 나오다보니, 일반 채팅 서비스가 주지 못하는 맥락적인 부분을 훨씬 많이, 촘촘하게 채워주는 게 굉장히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리액션

내 친구와 채팅하는데 친구가 썰을 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이때 텍스트로만 대화하다보면 친구가 한참 말을 하고 있는 중이지만, 내가 그 텍스트를 모두 잘 읽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애매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응응', '엥?', 'ㅠㅠ' 이렇게 친구의 말을 중간에 끊어가면서 별 의미가 없는 단어나 이모티콘을 중간 중간 보내줘야 할 때가 있다.


Bondee에서는 내 리액션을 아바타가 해준다. 그리고 그 아바타는 화면 중앙에 있기 때문에 눈에 띄기 쉬워서 말을 끊을 필요 없이 친구가 알아차리게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비대면이지만 대면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는 게 큰 장점이다.


추가로 이 아바타가 그냥 멀뚱멀뚱 서서 리액션하는 게 싫으면 다양한 자세를 시킬 수 있는데, 돈을 쌓아 만든 의자에 앉힌다거나(ㅋㅋ) 편하게 비치 체어 같은 의자를 놓아서 거의 뉘여놓을 수도 있다.


3인 이상의 그룹 채팅은 아직 지원하지 않지만, 1:1 채팅에서는 친구 아바타까지 같이 활동이 적용되는 [댄스]나 [캠핑] 같은 기능들도 있다.


사라지지 않아여

또 채팅을 하다보면 얘기를 하다가 사진을 보내줘야 할 때가 있는데, 사진을 고르려고 갤러리 뷰를 켜면 갑자기 대화가 끊길 수밖에 없다.


Bondee에서는 내가 사진 찾는 타이밍까지도 내 아바타를 이용해서 보여준다.

(옆에 있는 사진은 내가 사진 찾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부탁했다 ㅋㅋ)

(갤러리에서 3장 선택해서 보냈는데 아바타도 3장 들고 있어서 놀랐다... 개수까지 보여주는 건가? ㄷㄷ)


그래서 얘기하다 말고 '잠깐만', '잠깐 사진좀 찾고 올게' 등의 메시지를 추가로 안보내도 되고, 그냥 말없이 사라지지 않아도 된다.

(= 갑자기 말이 없는 친구가 '사진 찾으러 갔나'하고 궁예하지 않아도 된다)


채팅하다가 캡쳐할 때나 카메라를 켜서 촬영할 때도 상대방에게 내 아바타가 셀카를 찍는 행동을 하는 걸로 보여준다. (WOW)








나 없을 때 일어나는 일

같이 대화하던 사람이 대화방을 잠깐 나가있을 때, 그 아바타가 자고 있거나 핸드폰을 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것도 놀랄만한 점이었다. 나는 연락하다가 잠깐 방을 나가거나 끌 때가 많아서 이런걸 다 감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무섭겠지만 아직 그런 친구는 Bondee에서 친구 맺은 적이 없으니 다행이다...


친구가 대화방을 나가고 나서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그냥 내 아바타 자세를 바꾸고 싶을 수도 있지 않나? 그때 내가 하는 리액션/행동이 친구에게 푸시 알림으로 다 간다. 내가 한 건 아니었고 다른 친구가 한 게 나한테 계속 알림으로 와서 알게 됐다.


난 편하게 누워있고 싶어서 뉘여놨는데 계속 같이 춤 추는 걸로 바꿔두셔서... 그분과의 대화방에서는 강제로 일어나서 춤을 추고 있다... ("앉을 생각 ㄴ"라고 하셔서 걍 냅두고 있다...)




4. 콕 찌르기

예전에 페이스북에 비슷한 기능이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홈에서 친구 아바타를 탭하면 친구에게 푸시 알림이 가면서 콕 찌르기가 실행되는데, 아바타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깜짝 놀란다거나 하기 때문에 반응 보려고 누를 때도 많고 재밌다.


홈에서만 되는 거겠지 생각했는데 대화방에서도 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이정도로 일관성을 고려했다니. 대부분 이런 일관성까지는 챙기지 않을 텐데 싶어서다.

(친구 방에서 누를 때도 되는 거면 더 크게 놀라주려고 했는데 그건 아직(?) 안된다)




5. 내 공간, 친구들 공간까지 한번에 보는 아파트

일단 계정별로 방을 꾸밀 수 있다는 걸 소개해야겠다.

기능을 하나하나 소개하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일단 내가 감동했던 것들은 게임처럼 가구 배치를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조명(온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BGM도 있다는 것이다.

아바타가 방에 멀뚱히 서있는 게 아니라 뭔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파 아이템이 있다면 소파에 누워있는다든가... 침대에 누워있는다든가... 지금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지후선배 드립을 나에게 말해주는 사람...

내 방이나 친구 방에 '메모'를 남길 수 있는데, 이건 2시간 전 친구가 내 방에 와서 붙인 메모다. (무슨 드립인지는 모르겠지만) 방명록처럼 이렇게 메모를 남길 수 있다. 메모를 남기면 방 어디에 붙일 지 정할 수 있는데 이제 보니 이 사람은 내 티비 뒤에 숨겨뒀다.


이렇게 각자 꾸민 방이 있는 것도 좋지만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한번에 볼 수 있는 '아파트' 기능도 있다.


아무래도 3D 그래픽이다보니 디테일한 걸 모두 렌더링하려면 발열도 심하고 느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뷰에서는 디테일을 모두 날리고 보여주는 것 같다.


여기서 친구 방을 확대해서 봐도 되고, 탭해서 들어갈 수도 있다.


옛날에 싸이월드에서 마이 룸 꾸미고, 일촌 방명록 쓰고 했던 게 떠오르는 기능들이다...


제페토에서도 내 방을 꾸밀 수는 있지만 캐릭터만 3D이고 뒤에 깔리는 방 그래픽은 2D다. 배치 자유도는 별로 없어서 아쉬웠던 점이 Bondee에서는 채워지는 편이다.















6. 가성비 높은 어드벤쳐 경험

홈 좌측 상단 버튼을 통해 배를 타고 다니는 플로팅을 할 수 있다.

처음엔 내 아바타가 배를 타고 있는 모습만 보였는데, 좀 기다리면 저런 꽃이나 갈매기가 나와서 멋진 풍경을 마주칠 때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나 친구와 서로 배 타고 지나가면서 만난다든가... 이런 이벤트들이 랜덤하게 생긴다.


플로팅 중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면 인사 버튼이 나오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 나란히 항해를 할 수 있는 버튼이 나타난다. 어떤 분은 20분 동안 초면인 사람과 같이 항해했고 그 뒤에 친구 요청이 왔다고 한다. (!!!!! 그런 식으로 친구 요청이 가능했다니!)


해류병이라고 다른 유저가 유리병에 메시지를 넣어 보낸 걸 마주칠 때도 있다. 이것도 내 친구가 아니라 랜덤한 유저들의 메시지고, 나는 고양이 사진이 있는 메시지를 봤기 때문에 환호로 답해드렸다. 내가 메시지를 써서 해류병을 던질 수도 있다.


제페토가 한 게임 안에 여러가지 맵이 있는 것처럼 '월드'를 만들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움직여서 월드 안에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는 것으로 어드벤쳐 속성을 가져오려고 했다면,

Bondee는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어드벤쳐를 경험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월드를 새로 만드는 제페토보다 만드는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도 적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겠다.)


또 이렇게 내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나고 소통할 기회를 빠뜨리지 않은 것이 아주 센스있다고 생각했다.


랜덤하게 이벤트를 주니까 이벤트를 계속 기다리게 되는데, 그렇다고 거기 갇혀 살지는 않아도 된다. 플로팅을 나가려고 하면 오토 플로팅이란 걸 켜게 유도하는데, 그러면 내가 계속 화면을 켜두지 않아도 그 기록이 사진으로 남겨져서 나중에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보니 예전에 한참 빠져들었던 모바일 게임 네코 아츠메가 떠올랐는데, 네코 아츠메에서도 레어 고양이가 온다든가, 고양이가 떠나면서 내게 글자가 일부 지워진 편지를 선물로 준다든가... 랜덤하게 이벤트 생기고 그 이벤트가 기록되는 점이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진짜 게임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과 얘기해보면 더 인사이트가 많을 것 같은데 아직 못 만나서 여기까지만 쓴다...)




7. ROI

제페토는 거의 콜라보를 할 때마다 새로운 월드를 만드는 것 같은데,

매출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월드를 만들 때마다 리소스가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재활용은 거의 없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들어가보면 날 제외한 유저가 0명이거나 1명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Bondee는 아직 그런 걱정이 딱히 없었다.

바로 위에서 설명한 어드벤쳐 경험도 참 똑똑하게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 유저를 많이 끌어모아야 하는 단계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기존 서비스들의 아쉬운 점을 보완해보려고 많이 연구했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가성비 이야기라 6번하고 많이 겹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런 얘기를 친구에게 하니까 메이커적, 사업적 사고라고 칭찬해줬다 (??? ㅋㅋ)




우려되는 점

이 앱을 먼저 봤던 친구는 장기적으로 갈만한 포인트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나도 동의하는 문제다. 그리고 리텐션 문제. 처음에 조금 써보다가 금방 안 쓰게 되는 앱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나마 비슷한(?) 제페토 같은 서비스는 명품 등 다른 브랜드와 계속 콜라보를 해서 신상 디자인을 아이템화해서 판다든지 해서 리텐션을 잡으려고 노력하고는 있다면서. (둘다 내부인이 아니라서 실제로 리텐션이 잘 잡히는 지는 잘 모른다.)


반짝스타처럼 잠깐 떴다가 묻히는 서비스들도 많은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Bondee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재밌고 즐거운 서비스가 나와 좋지만 수익화가 더욱 중요해진 요즘이다보니, Bondee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진다.




글을 발행하고 다음날 구글에 본디를 검색해보니 이미 잘 정리된 좋은 기사가 있었다.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친구는 최대 50명으로 제한된다고 한다. 위에 내가 적었듯 다른 SNS에서 느낀 피로감을 Bondee는 알아채고 일부러 차별화한 게 맞다!

여기에서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문장들이 이 기사에 잘 되어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훑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02030060


작가의 이전글 왜 2분기 끝났지... 2022년 2분기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