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 (3)

by 이루야




두 달이 지났을 즈음, 힘들기만 했던 제주도 여행은 카페에서 깔깔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변했다. 우리는 히말라야산맥을 오른 것도 아니면서 마치 우리만 목숨이 위태로웠던 것처럼 떠들었다. 오랜만에 예전처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여행을 또 가자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재은이와 나는 일본을 두세 번씩 갔고 나는 중국을 세 번 여행했다. 갑작스럽게 정한 여행으로 열두 시간쯤 걸리는 유럽에 가기에는 우리의 주머니가 가벼웠다. 나는 싱가포르와 태국, 베트남, 라오스를 다녀왔고 재은이는 세부, 발리, 푸껫을 다녀왔다. 그렇게 서로가 다녀온 여행지를 하나씩 나열하다 보니 우리가 한 번도 홍콩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함께 가기 위해서 안 갔는지도 몰라.”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한때 설렜던 영화를 위해 홍콩을 아껴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다음 주 설 연휴에 홍콩에 가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건 없었다. “나는 너랑 뭘 하든 다 좋아. 네가 평소에 하던 방식으로 가자”라며 재은이가 양보했기에 여행 일정을 어떻게 채울지는 내 몫이었다.


우리는 ‘일주일 홍콩 여행’만 정하고 “왕가위 영화를 다시 보고 만나자. 그 느낌으로 계획을 세우는 거야”라며 헤어졌다. 다음 주에 만났을 때 재은이는 홍콩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왔고, 나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춤을 따라 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느 곳으로 떠나든 여행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었다. 생소한 눈으로 낯선 사람들을 관찰하는 건 여행객인 나에게 일종의 특권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밥을 먹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교통수단을 타는 것만으로 그 공간을 이해한다는 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의 과거를 알기 위해 박물관에 갔고 현재를 보러 미술관에 갔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앙을 가졌는지 보기 위해 예배당이나 사원에 갔다. 고기나 생선, 채소, 과일을 파는 건 어느 시장이나 다 비슷하겠지만 흥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들과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몇 군데 돌아다녔다고 해서 이해라는 단어를 들먹이는 건 오만했다.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한때 설렜던 영화를 위해 홍콩을 아껴뒀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6월 17일, 독립출판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책에서 계속됩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홍콩 클라우드』가 만들어지는 장면들을 기록합니다. 문장으로는 다 전해지지 않는 순간들을 그곳에 남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함께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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