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도 이별이다

말하지 않은 이별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by 순대조앙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하루를 버텼다.

나는 이미 떠나고 있었지만,

좋았던 사람으로 남고 싶었기에. “




떠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늘도 가면을 쓴다.

이별을 아는 사람은 아직, 나 하나뿐이다.


이별을 결심한 순간,

내가 짊어졌던 책임과 의무,

관계를 위해 쏟은 모든 노력들이 허망해졌다.


하지만 내가 사라진 자리는

누군가 다시 채워야 한다는 걸 알기에—

톱니처럼 맞물린 나는, 고장 나도 멈출 수 없다.


헛돌며 억지로 맞물려 돌 때,

마찰 사이로 야속함이 스며든다.

내 고장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빠질까 불안해하는 눈빛들이

나를 더 조여 온다.


책임.

의무.

그리고 관계.


왜 이 말들은

나를 이토록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

날 붙잡고 있는 건

이 말들 뒤에 숨어 있는 어떤 소망이었다.


모든 걸 던지고 끝내지 못하는 건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착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은,

작지만 어려운 바람 때문이다.


야속함도, 힘겨움도—

그래, 결국은 내 선택이었다.

좋은 이별을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버틴다.


이별을 말하기 전까지는

조이는 마음을 풀어

무정에 지친 나를, 스스로 다독인다.





오늘도 나는,

마음을 글로 바꾸며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한다.


이전 03화네가 웃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