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비우고, 나를 마주하는 시간
“사랑에서 미움이라 불렀다.
미움에서 후회라 부르게 됐다.
그리고 후회마저 보내고 나니
남은 마음은,
ㅡ사랑이었다. 사랑이 맞았다.”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사소한 일로
물러나기 싫었던,
각자의 치졸한 마음이 부딪혔다.
이별을 뱉기까지
우리는 서로를 많이도 상처입혔다.
그만하자던 너의 말에,
나는 뒤도 보지 않고 그러자 했다.
다시는 생각조차 않겠다며
앨범을 비우고,
메세지를 지우고,
받은 선물을 내다버렸다.
이깟 것, 사랑일 리 없었다.
우리가 웃던 공원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숨결마저 사랑스럽던,
그 온기에서 위안을 받던 우리였는데.
아니,
미련 가지는 내 모습조차 용서할 수 없다는 듯
집요하게 너를 비우고, 버려댔다.
날 안아주던 눈빛이
모멸로 변해버린 마지막이
못 견디게 비참했으니까.
오랜지, 찰나인지도 모를 시간이 흐른 뒤
한동안 발길조차 두지 않았던 잿빛 공원에
지난 날의 우리가 나를 불렀다.
너는—
다시 눈빛만으로도 날 안아주었고
나는—
너에게 안겨 웃고 있었다.
마치 그때의 우리가 나에게 보여주듯
선명한 기억이 잔상으로 남았다.
어색함이 묻어나는 손편지,
고백하던 날 흔들리던 네 눈동자.
처음으로 싸운 날,
햇살을 가려주던 서늘한 손,
함께 했던 우리의 사계절,
어느 순간 점점 줄어들던 연락들까지.
다시 아니ㅡ
집요하게 지우던 그 마음조차
사랑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 마음을 꺼내고 나니
잿빛 공원은 다시 푸른빛을 되찾았다.
내 청춘이,
살아났다.
이제서야
사랑을 미움이라 하지 않을 만큼은
너를 보낸다.
미움이라 하진 않고
후회라 할 만큼만 남아 있는 너를 다시 보낸다.
사랑에서 미움이라 불렀다.
미움에서 후회라 부르게 됐다.
그리고 후회마저 보내고 나니
남은 마음은,
사랑이었다.
사랑이 맞았다.
오늘도 나는,
마음을 글로 바꾸며 놓아주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