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퇴사의 비밀 - 03
나는 신입사원 때 사수가 있었다. 물론 14번의 이직을 하면서 항상 사수는 있었지만, 사수다운 사수는 신입사원 때가 유일하다. 그 당시는 사수가 나에게는 멘토였었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한 선배가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지금 내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 3년만 지나면 너랑 나랑 똑같아”
처음에는 그 말이 잘 이해 되지 않았다. 직장 10년 이상 다닌 사람하고 3년 다닌 사람하고 같은 능력을 가진다면 회사가 손해지 않겠는가? 10년 다닌 사람에게 연봉 5천만 원을 주면 3년 다닌 사람에게는 3천만 원밖에 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말이 이해가 된다. 3년 정도 다니면 업무는 익숙해진다. 선배의 말뜻은 업무 능력이 비슷해진다는 말이었다. 업무 능력 이외에 사람을 대하는 방법,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방법, 일에 대한 개인적인 철학 등은 3년 정도에 원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는 경력직에게 더 많은 봉급을 주는 것이다.
한 취업포털 서비스 사람인에서 직장인 891명을 대상으로 ‘직장 생활에서 멘토 필요 여부’를 조사한 결과 무려 95.9%가 ‘필요하다’라고 답을 했다. 2011년 조사이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점점 더 사회생활 하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럽게도 이들 중 49.1%는 실제로 직장 내 멘토가 있다고 한다. 아마도 신입사원 때부터 이직하지 않고 회사에 다닌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직을 여러 번 했기에 이직할 때마다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신입사원 때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기에 멘토를 찾으면 내가 회사를 좀 더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신입사원 이후로 멘토를 찾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머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멘토의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내가 신입사원도 아닌데 당연히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회사 밖에서 멘토를 찾았다. 그리고 3명의 마음속 멘토가 생겼다. 재테크 멘토, 일상생활 멘토, 회사 생활 멘토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누어서 멘토가 생겼다. 멘토라는 사람은 내가 어려울 때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나의 저 세 사람은 위인전의 위인 같은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두 명은 몇 년 같이 일하다가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고 한 명은 몇 번 만나지 못했지만, 그 사람의 철학에 반해서 내 마음의 멘토로 삼았던 사람이다.
일상 생활이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멘토를 찾기 어렵다면 위인이나 가상의 인물을 멘토로 삼는 것도 좋다. 내가 아는 사람은 다산 정약용의 책을 읽고 그분을 인생의 멘토로 삼았다. 멘토가 필요하다면 위인전을 어른도 한번 읽어 보면 어떨까 싶다.
갑자기 궁금해서 국어사전에서 스승, 선생, 멘토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스승: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
선생: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멘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베풀어 주는 유경험자를 일컫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저 정의를 읽어 보면서 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멘토를 찾은 건지 스승을 찾은 것인지 말이다. 아마도 스승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죽기 전에 인생의 참스승을 한 명이라도 만나면 정말 행운인데 나는 그 행운을 찾아다닌 거 같다.
나는 신입사원 때 이후로 멘토를 찾지 못했지만, 멘토가 필요하신 분들은 꼭 멘토를 찾았으면 좋겠다. 멘토를 찾기 어려우면 회사 내에서 업무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료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람과의 교감이 회사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