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더와 함께 하는 재택근무
내가 입사한 이후로 우리 조직은 계속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하며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1년 이상 지속되는 재택근무 기간 내내 팀원이 빠르게 늘었다. 원래 사무실에서 함께 일해왔던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재택근무의 '불편함'은 새로 조직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 이상의 큰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입사하고 두 달 만에 전사 재택근무가 시작됐던 경험이 있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마 나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던 첫 두 달 동안 많은 질문을 던지며 필요한 것들을 이해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무실 바깥에서 함께 회식하기도 어려웠지만, 매일 같이 함께 점심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서도 짧은 시간이지만 알아갈 수 있었다.
나와 달리 전사 재택근무 상황에서 입사한 사람들은 좀 더 어려운 적응기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일'을 위해 만났기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상대를 이해하는데 꽤 큰 도움이 된다. 상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면, 함께 협업하는 데도 분명 도움을 준다. 특히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회의' 밖에 없다는 건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에 큰 허들이었다. 몇 주가 지나고도 실물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화면으로만 만나는 팀원도 생겼다. 다른 부서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입사한 분과 함께 과제를 진행하면서 매일 같이 메신저로 대화하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화상 미팅을 진행했지만 정작 사무실에서 마주쳤을 때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직무는 온보딩 과정에서 히스토리와 협업에 필요한 프로세스 외에도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경우 문서를 뒤지는 것보다 동료에게 물어보는 것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문제는 재택근무가 가벼운 질문 같은 간단한 소통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한두 달 간격으로 계속 새로운 구성원이 합류하는 상황이어서 우려가 많았지만 온보딩은 비교적 잘 이뤄졌다. 나는 우리 회사의 가상 오피스로 사용하고 있는 게더 타운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게더 타운에 대한 소개는 회사 블로그의 글로 갈음한다. 이미 많은 곳에서 가상 오피스로, 또는 행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http://blog.hwahae.co.kr/all/hwahaeteam/culture/7527/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수시로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할 때 메신저로 질문을 보내 두고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급한 경우 통화를 하기도 하지만 빈도는 극히 드물었다) 그에 비해 게더타운은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었다. 특히 대화하고 싶은 상대의 상태를 쉽게 알 수 있는 점은 아주 중요했다. 사무실에서는 상대가 어떤 이유로든 자리에 없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지만, 재택근무 상황에서 매번 상대의 회의 일정을 확인하기는 번거롭다. 회의가 없더라도 대화가 가능한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게더타운에서 각자의 상태를 표현하는 나름의 약속을 정했다.
회의가 있다면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한다.
자리에서 일하고 있을 때는 각자의 책상에 앉아있는다.
잠시 자리를 비울 경우 방해금지 모드나 구석으로 아바타를 옮겨서 자리를 비운 것을 알린다.
사무실처럼 각자 책상을 정해서 아바타를 위치시키니 누가 자리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 중인 것도 가상의 사무공간에서 바로 보인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듯 한눈에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구성원이 많아지면서는 오히려 실제 사무공간보다 더 파악이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게더 오피스에는 개인 좌석이나 회의 공간 같은 Private Space와 모두 함께 이용하는 Public Space를 구분해뒀다. 누군가 공용 공간에서 대화하고 있다면 근처에 가서 대화에 합류할 수도 있다. 회의 전에 미리 근처를 서성이다가 수다를 떨게 되기도 하고, 게더맵에 내장된 게임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여러 구성원이 같은 과제를 진행할 때는 워낙 질문이 오고 갈 일이 많아서 아바타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생겼다. 게더에서 만난다는 것, 게더에서 일하는 것은 실제 사무실에서의 일들과 정말 많이 닮았다. 물론 실제 사무실에서는 네트워크 이슈로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거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게더에서 유일한 아쉬움은 네트워크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