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잘나야 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냐?!"하고
질책하는 내 안의 가해자가 있다.
가끔 꿈에서
도망치다가 무서운 사람을 직면하면
나는 있는 힘껏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지만
목청에서는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아
답답한 느낌으로 꿈에서 깰 때가 있다.
"더 잘나야 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냐?!"
이건 내 안에 숨어 있는 교만의 목소리이다.
교만의 목소리는 회초리가 되어
현재의 나를 주눅 들고 못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왜 더 잘나 져야 하는 거지?
잘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더 잘나지 못하면 현재의 내가 못난 거야?
그건 이분법이잖아.
잘나고 못나고의 기준은 뭔데?
어떤 두려움과 경험이 이런 목소리를 만든 거지?
어떤 기준에 미달하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사랑받지 못할 거야.
나는 무시당하는 게 너무 무서워.
시험성적이 기대이하일 때
나를 쏘아보던
딸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던
아빠의 차가운 눈초리가 상처야.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아빠의 차가운 눈을
마음에 새겨서
내가 나를 쏘아보게 되었어.
그 차가운 눈은
이제 내 것이야
차가운 눈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돼
기준에 상관없이
나는 나 자체로
하나뿐인 귀한 존재라고
차가운 눈은
사실 슬퍼하는 눈인 거야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