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기시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리게걷는여자 Feb 22. 2024

<차가운 눈>

"더 잘나야 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냐?!"하고

질책하는 내 안의 가해자가 있다.


가끔 꿈에서

도망치다가 무서운 사람을 직면하면

나는 있는 힘껏 살려달라고 소리 지르지만

목청에서는 소리가 터져 나오지 않아

답답한 느낌으로 꿈에서 깰 때가 있다.


"더 잘나야 하는데 이것밖에 안 되냐?!"

이건 내 안에 숨어 있는 교만의 목소리이다.

교만의 목소리는 회초리가 되어

현재의 나를 주눅 들고 못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왜 더 잘나 져야 하는 거지?

잘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데?

더 잘나지 못하면 현재의 내가 못난 거야?

그건 이분법이잖아.

잘나고 못나고의 기준은 뭔데?


어떤 두려움과 경험이 이런 목소리를 만든 거지?


어떤 기준에 미달하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사랑받지 못할 거야.

나는 무시당하는 게 너무 무서워.

시험성적이 기대이하일 때

나를 쏘아보던

딸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던

아빠의 차가운 눈초리가 상처야.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아빠의 차가운 눈을

마음에 새겨서

내가 나를 쏘아보게 되었어.


그 차가운 눈은

이제 내 것이야


차가운 눈에게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기준에 상관없이

나는 나 자체로

하나뿐인 귀한 존재라고


차가운 눈은

사실 슬퍼하는 눈인 거야


존재 자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매거진의 이전글 <느 할머니 미라되었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