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나를 만나다 中
제주에는 21개의 올레길이 있는데, 올레길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 통신사의 브랜드명으로 익숙해서 더더욱 의미에 대한 관심은 적었던 것 같다. 그러다 제주민주올레를 왔을 때 올레길을 처음 만든 서명숙 이사장이 4.3 유적지를 안내하면서 올레길을 설명해준 기억이 났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한다. 제주의 집들은 집을 나와 마당을 둘러싼 돌담을 나설 때 좁은 골목을 지나야 차가 다닐만한 큰길로 나서는데, 집에서 밖으로 나올 때 처음 만나는 좁은 길을 올레라고 한다. 서 이사장은 사람이 태어나 처음 걷는 길이 올레길이라고 했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걷게 되는 길, 그 길은 참 힘이 들 것이 분명하다. 한발 한 발이 조심스럽고, 그 길 뒤에 또 어떤 길이 있을지 모르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내 아이도 살면서 더 큰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올레길 같은 첫 길을 가야 할지 모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참 어렵고, 내 맘 같지 않음을 잘 알지만, 아이가 살아갈 올레길 너머의 세상은 더 어렵기만 하다. 내 아이는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고, 아픈 현실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도 부모다. 내 아이가 이제는 실패해도 좋으니 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아파해도 좋으니 그 현실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잠든 아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쩌면 아이에게 나는 올레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나는 그렇게 더 큰길을 향해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