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다 미루고 그냥 자버렸더니 다음 날 아침 분주함은 배가 되었다
오늘 아침, 정해진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나 씻고 아래로 내려갔다. 어제저녁에 피곤하단 핑계로 설거지도 안 하고 자버렸더니 할 일이 태산이다. 일단 도시락통만 씻고, 바로 점심 도시락 재료 손질부터 시작한다. 그 전 날 미리 재료 준비만 해놓아도 아침에 한결 마음이 편한데, 오늘 아침은 그야말로 모든 일이 몰아쳐 온다. 부랴부랴 마무리하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저 멀리서 스쿨버스 소리가 들린다. 설마?! 그리고 노란 버스가 멈춰 선다. 가족 일동 뛰기 시작해서 다행히 딸아이를 스쿨버스에 무사히 잘 태워 보낸다. 우리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킨더를 간 지 딱 일주일 된 날이다. 그만큼 아이는 잘 적응해나가고 있고, 나도 이런 일상의 시작이 참 좋다. 비록 내가 소속된 직장이 있거나 출근해야 하는 곳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하루아침을 정규적인 패턴으로 시작한다는 건 나를 좀 더 계획적으로 살게 해주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이가 킨더를 가면서부터, 나에겐 비교적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학위논문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만은 누구보다 바쁘다. 작년, 남편이 다른 주에 직장을 잡게 되면서, 꽤 먼 거리를 이사해왔다. 그리고 나는 이메일과 스카이프로만 교수님과 소통하며 논문을 진행 중이다. 직접 얼굴을 보고 진행하는 게 아니니, 속도는 그만큼 더디고,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다. 나는 마음이 급하지만, 교수님은 2주 동안 여행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는 뭔가 마음을 자꾸 내려놓게 된다.
다시, 시작이다. 딸아이의 새로운 시작처럼. 나도 다시금 다짐해본다. 그리고 둘째 출산 전까지 프로포절 단계까지는 마무리하는 게 목표이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면 또 다른 단계가 시작되겠지만, 지금은 이렇게라도 우리에게 찾아와 준 둘째에게 너무 감사하다. 첫째와는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잘 된 거 같다. 그 전에는 우리 부부에게 너무 여유가 없었고, 첫째 아이가 커서 훨씬 수월해진 지금이 남들이 보면 늦었을지 몰라도, 우리에게 둘째가 찾아오기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지금 일 거 같다.
내일이면 금요일이다. 내일 아침은 좀 더 여유로울 거 같다. 도시락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 금요일 점심 메뉴는 피자라서, 내일은 학교급식을 먹는 날이다. 급식도 처음인 날이기도 할 텐데, 잘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뭐든 처음인 게 많은 킨더 적응기이다. 그만큼 성장해나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우고 도전하게 되는 거 같다.
덧붙이기) 어제 아침 셔틀버스 자리를 잘못 타서 당황하지 않았냐고, 픽업하면서 물어봤는데 너무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엄마의 걱정을 끝이 없는 거 같다. 원래 자기 자리에는 더 작은 아이들이 탈 수 있게 간이 카싯이 설치되어있어서 앉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보니 진짜 그 자리엔 벨트들이 더 달려있었다. 픽업 갈 때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는 딸아이에게 너무 고맙다. 나도 오늘 하루 이제 시작. 좀 더 웃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