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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새꽃 Dec 25. 2024

추억의 보물상자

추억

검정고무신

어린 시절을 떠오르면 딱 검정고무신 내용과 같다.
강원도 홍천 산골에서 나고 자랐기에
만화의 배경과 똑같다.
버스도 하루에 두 번 정도 다니고 먼지가 펄펄 나는 신작로
겨울이면 무릎까지 눈이 내리고
비가 오면 다리가 넘치고 수업을 하다가도 하교를 해야겠고
여름이면 은하수가 별이 쏟아지고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정월 대보름이면 깡통에 나무를 쪼개 넣고 쥐불놀이를 하고 깡통차기 구슬치기
전쟁놀이 다양한 놀이를 하고 살았다.
그립다.
겨울이면 더욱더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강가에서 얼음판에서 신나게 놀다 하루 종일
놀았어도 아쉬워서 들어가기 싫어 억지로 들어가야 했다.
화로에는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직접 만든 청국장을 넣고 끓인 찌개가 끓고 김치를 넣고 김치밥을 해서 쓱쓱 비벼 먹는 즐거움
방구석에는 고구마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콩나물은 시루에서 자라고 부엌 옆에는 장작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 겨울에는 요강에 소변을 보고 자다 깨다 얼떨결에 일어나 볼일보다 넘치기도 하고
추운 날이면 걸레가 꽁꽁 얼어 동태가 되고 윗목에
물을 떠 놓으면 물도 얼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마당뿐 아니라 아랫집 윗집까지 눈을 하루 종일 치우다 지쳐서 얕은 깨를 부리기도 했다.
눈이 내리면 비료 포대에 볏짚을 넣고 산으로 언덕으로 올라가 눈썰매를 신나게 탔다.
엉덩 방아는 기본 옷은 다 젖어도 신나서 하루가 짧았다. 길가에 얼음이라도 얼면 어디든 썰매장이 되었다. 길가에서 썰매를 타다가 어른들께 혼쭐도 나고 하루가 참 짧았다.
동치미 무 한입 크게 베어 물고 고구마 한입 먹으면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살얼음 판에서 놀다 물에 빠져서 불을 피우고 말리다 옷을 태워 먹어서 혼나고  
먹을 것은 부족해도 왜 그리 좋고 신났는지 모른다.
겨울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어느 아이스크림보다 맛났다. 지금 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 빙수가 있다한들 그보다 맛나진 않는다.
눈도 내리면 먹고 시냇물고 놀다 먹고 계곡의 물도 마음껏 먹았다.
지금 추위보다 더 추웠고 옷도 얇았는데 그 시절은 지금의 추위와는 다르다.
아궁이에 물을 지피고 화로에서 가래떡을 구워 먹고 먹을 거라곤 별로 없었지만 그 시절은 왜 그리 따뜻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고 롱패딩으로 중무장해도 춥고 시리다.
어릴 때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런가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기에 그런가 낡고 초라했던 겉모습과는 다르게 참 마음만은 따뜻했던 검정고무신 만화 속의 이야기는 내 삶 속의 어린 날의 내 추억이라 좋다.
만화 속의 장면 장면 하나가 다 내 이야기라 좋다.
가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되면 추억 속에 풍덩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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