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감을 안겨준 만두
묵은지가 되기 위해 수많은 날들을 숨죽여
기다려 온 김치
다지고 다지고 꼭 주물르고 주물러져
쪼그라 밤 뎅이를 만들어서 비비고
비비더니 부추씨를 소개하더니
또 미운지 또 주무른다.
두부는 놀래서 기진 매진해서 쪼그리고 있는데
불쌍하게 생각지도 않고 더 불쌍하게 만들어 뭉개 놓고 대면식도 하기도 전에 또 주물러 존재감을 상실해 놓았네.
숙주는 기 좀 살리고 살려고 했더니
이게 웬걸 기를 팍 죽이는 것도 모잘라
기는커녕 죽사발을 만들고
잡채는 잔칫날 귀한 음식으로 만들어 호강하게
만들어 줄줄 알고 뜨거운 물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다 나오니 이건 뭐야
형체를 알 수 없게 거지꼴로 만들어서
고춧가루 후추 세례까지 도대체 넌 뭐 하는 거니
양희은이 물어보게 하네.
돼지고기는 잘난 맛에 좋다고 따라왔더니
이건 또 뭐야 못 보던 녀석들이 놀자고 모양새는 쪼잔스럽게 생긴 것들이 덤벼 심통이 나서
울고 싶어 진다.
마구잡이 굴러다니던 녀석들이 온통 한자리에
모여서 수다를 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뻘쭘하게 혼자 서있기 싫었는데 옹기종기 모여서
고소한 친구가 말을 건네고 매운 고춧가루 맛을 보고
후추 녀석도 잘났다고 덩달아 춤추고 소금도 에이 모르겠다. 댄스 삼매경
춤추다 모여서 수다 삼매경
어느새 한 곳에 모이게 하더니
또 뜨거운 김에 찜질 세례 폭탄을 주더니
냠냠 맛있다고 꿀꺽꿀꺽 게눈 감추듯 사라지네.
국이 좋다 하고 쪄야 좋다 하고 튀겨야 좋다 하고
난리 부르스 맛있으면 장땡이라며
신나게 쉐키 쉐키 하루 종일 돌고 돌아서 왔는데
한입에 꿀꺽이라니 이건 배신이야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