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임스 Nov 09. 2019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 사실 중소기업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맡게 되면 대기업 못지않게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간혹 대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평균 임금은 대기업에 비해서 많지 적지만, 직원 사이의 편차가 크다. 즉 중소기업에서도 충분히 고액 연봉자가 될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일하는 동안 얻을 수 있는 경험일까? 이것도 각자 장단점이 있다. 대기업은 프로세스와 거시적인 안목을 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실제 실무역량을 기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 가장 많이 그 간극이 존재할까? 나는 복지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삼시세끼 영양사가 준비한 무료 식사부터 시작하여, 운동, 의료, 각종 제휴사 혜택 등 그 스케일이 엄청나다. 내가 잠시 몸담았던 SK그룹의 모 계열사는 입사 최종 합격 이후, 합격자의 부모님을 계열사 특급 호텔로 모셔서 식사를 제공하여 감사를 표현하며, 부모님의 임플란트 시술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면접자 본인에게는 최고급 신형 핸드폰을 통신비 0원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회사의 충성심을 물론, 자연스럽게 회사 제품의 고객이 된다 


그럼 작은 회사의 복지는 어떨까?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은 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은 자유를 준다. 무제한 연차 제도, 리모트 워크, 유연근무제 등을 제공하여, 출근과 개인적인 휴식에 관한 기존 방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사업 자체가 기존 상황의 Pain Point(불편함)를 찾아서 해결하는 형태이기에, 복지 또한 이런 방식이 맞다고 본다. 이외에도 맥주, 커피, 간식, 도서 무제한 등의 일종의 소확행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도 복지로 많이 늘어났다. 그 외에도 직원 본인이 사용할 의자는 직접 고를 수 있게 하는 근무 환경에 관한 복지도 봤다. 그리고 애인 또는 배우자가 회사에 놀러 오면 그 즉시 무조건 반차를 제공하는 데이트 복지까지 스타트업스러운 재미있는 복지도 존재한다.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우리 회사의 기본 복지제도는 내가 직장 다니는 시절 싫거나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했다. 의무적인 회식 참여와 보고 방식부터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했다. 그리고 휴일이 겹쳐진 금토 워크숍이 나는 너무 이해가 안 되었기에, 우리 워크숍은 무조건 평일에 진행했다. 월화 또는 목금 가는 식이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은 무제한으로 신청할 수 있는 제도와 리모트 워크 제도, 유연근무제 등 가능한 자유로운 환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아무 제약도 없는 유연근무제를 시작하였더니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 되었다. 직원들은 회의 한번 열기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결국 몇 번의 회고 회의를 갖고 수정하며, 마침 제품 개발의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존속 제품)처럼 유연근무제도를 개선하였다. 결국 출근시간은 10시로 고정하되 그 앞으로 2시간까지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끝낼 수 있는 옵션을 두었다. 대신 장소의 유연함을 두어서 시간의 유연함을 제한한 점을 보완하였다.  


조직마다 그 분위기와 구성원의 성향은 모두 다르다. 회사가 속한 산업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고 직무에 따라서도 다른 것이다. 공공기관 및 금융권 고객사 영업을 주로 하는 회사의 영업팀이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닐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회사의 내근직까지 슈트에 셔츠까지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의 합의이며,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제도를 다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보여주기 식의 복지는 비용만 낭비될 뿐이다. 제품을 만들 때 고객과 공감을 충분히 하고 핵심적인 Pain point를 도출해서 솔루션을 찾는 것처럼, 복지제도를 만들 때도 직원의 Pain point를 도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 공감이 빠진 유명무실한 제도가 생겨난다. 


하지만 물론,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해야 하는 복지도 존재한다. 도서 복지는 무제한으로 할지 한 달에 4권까지만 제한으로 둘지, 명절 상여금은 얼마를 지급할지 등이다. 즉, 비용이 수반되는 복지는 직원의 의견은 수렴하되 절대로 ‘다수결' 같은 제도로 정하지 않아야 한다. 회사의 경영현황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그 한도 안에서 정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분 맞추어 주려다가는 일회성으로 끝나 버리는 아쉬운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료 건강검진 제도이다. 


이런 제도는 전사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나는 회사 내의 팀 리더를 비롯한 모든 리더급을 위해서 매년 인당 30~50만 원이 발생되는 유료 건강검진제도를 만들었다. 창업기업의 리더는 큰 조직의 리더처럼 관리업무만 하지 않는다. 관리업무와 실무업무를 병행하며, 그 업무량이나 강도가 팀원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래서 팀원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전사 인원에게 모두 건강검진을 제공할 만한 충분한 예산이 있더라도, 리더급에게는 조금 더 비싼 검진 프로그램이나 각종 특별한 대우를 더 추가했을 것이다. 이외 리더에게만 제공되는 통신비 지원 등도 비슷한 제도이다. 


내가 안식년을 준비하던 즈음에 건강검진 복지를 실행할 시기가 다가왔다. 나는 후임 대표에게 이런 제도가 있었으니 그대로 진행해도 되고, 조금 변경해도 되니 한번 본인이 의사 결정해서 진행해보라고 가이드를 제시하였다. 후임 대표는 기존 제도처럼 리더급은 회사에서 전액 지원을 해주고,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검진받기를 원할 경우, 반액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제도를 변경했고 전사에게 공유했다. 이 공지 이후, 나는 친한 직원을 통해서 직원끼리의 사모임에서 이 제도에 관한 뒷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몇 명의 팀장들이  그리 크지 않은 회사에서 이런 제도는 전사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했다는 것이다. 즉,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일단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것인가? 자기들 개인 돈이면 이렇게 말할까? 아니면 자기들이 전액 지원받는 것을 내놓고 전체가 균등하게 일부만 회사 지원받는 식으로 바꾸자고 해도 동의할까? 등 각종 생각에 어지러웠다.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젊은 직원이 대다수이다. 그리고 그 대다수의 직원들은 회사의 복지와 대우에 있어서 평등과 공평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직장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평등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특히 사업을 하다 보면 내가 이제 막 창업한 초기 기업일지라도 엄청난 예산과 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과 붙어야 할 때도 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창업 초기기업이라도 창업자가 아이비리그의 학벌과 미친듯한 인맥으로 준비된 사람도 있다. 그들과 비교하면서 나도 같은 기회를 달라고, 평등하게 겨루자고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평등이 아니라 억지로 우기는 것이다. 내가 그들에 비해 덜 갖고 있다면 기회도 덜 받는 것이 맞다. 대신 그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서 뛰어넘으면 된다. 회사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평등해야 하는 복지가 있는 반면에, 차등이 필요한 복지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결정하는 것은 대표이사의 재량권이다. 


회사의 초과 성과 달성으로 인한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할 때, 연봉을 기반으로 비율로 지급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정액으로 모두가 동일한 금액을 받는 것이 맞을까? 정답은 당연히 대표이사가 정하는 대로 가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상황과 조직의 분위기, 그리고 대표이사의 경영방침에 따라서 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전자를 선택할 것이고, 그렇게 결정해왔다. 개인마다 기여도와 상황이 다른데, 이것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평등의 오류라고 판단된다. 물론 대표이사의 기분이나 주먹구구식으로 대우를 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평가를 하는 방식과 대우를 산정하는 방식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방식 자체를 조직의 대표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해진 것이 지속될 때 그것이 바로 평등인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

한 번은 몇 명을 권고사직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아이템이 실패하였고, 회사의 현금흐름을 예상해보니 이 팀 인원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컸다. 어쩔 수 없지만 다 같이 죽을 수는 없기에 해당 직원들에게 면담과 함께 사정을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작은 조직에서 이렇게 몇 명을 권고사직하면 전체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사람들도 불안해한다. 그래서 회사 내 팀 리더들과 워크숍을 하면서 이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유했다. 그랬더니 어떤 팀 리더가 “꼭 그 방법밖에 없나요?”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방법이 더 있습니다. 나와 여러분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고 이것을 권고사직 대상자들에게 나누면 됩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그 이후 한참 동안 조용해진 것이 생각난다. 


과연 이 사례에서 균등하게 삭감하고 권고사직을 하지 않는 것이 평등하고 공평한 결정이었을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대우'와 관련된 결정은 대표이사가 홀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견은 수렴하여 참고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역시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설명하면 두 가지 반응이 존재한다. 대표이사가 부드럽고 서스름없이 다가갈 수 있는 스타일이면, 직원들은 대표를 만만하게 대한다. “대표님 이건 제가 잘 알아요. 팀원들하고 제가 더 많이 이야기하니까 제 의견대로 가셔야 합니다"라는 식이다. 그리고 대표이사가 일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조금 무서운 존재하면, 직원들은 아무도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참 어렵지 않은가? 어떤 대표가 되어야 할까? 


나는 후자의 방식이긴 하였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하여 의견을 들어보는 식이었다. 하지만 솔직한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다른 스타일로 다가갔다. 누구에게는 농담할 수 있는 대표, 누구에게는 무서운 대표, 누구에게는 농담은 어렵지만 논쟁 정도는 할 수 있는 대표로 다양하게 내 모습을 만들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차등’해서 대우하였으며, 사람들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만약 내가 대표로 있을 때였다면, 건강검진에 관해서 이런 말들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복지와 대우는 정말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인 효과에 따른 부작용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다고 보인다. 그러니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조직은 평등하지 않다. 다만, 결과에 대해서는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내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조직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괜히 잘못된 평등의 오류를 야기시킬 수 있는 주제는 차라리 공유하지 않는 것이 낫다. 때론 대표이사가 외롭게 혼자서 짊어지고 결정하고, 때론 욕 먹어가면서도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많다.


이전 15화 대표님이야 말로 너무하시는 것 아닌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