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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 Mar 15. 2020

흔히 잊고 살아가는 것들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이민규 님의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제목 때문이었다. 언제부턴가 뉴욕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뉴욕'이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계속 눈길이 가게 되었다. 한국인이 뉴욕에서 검사로 일을 한다는 그 자체가 사실 멋있어 보였고 뉴욕에서 어떻게 검사가 됐는지도 궁금했다.


글이 담백하고 진정성이 묻어났다. 어려서부터 검사를 꿈꿔서 이룬 게 아니라는 게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삶이 흘러가는 순리대로 살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늘 최선을 선택했기에 검사가 된 것이다. 교수인 아버지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게 되어 시민권자가 되었고, 자원입대해 한국에서 군생활하는 과정에 같은 부대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LSAT에 매진하게 되었고, 사회와 고립된 군생활이란 환경 속에서 새벽까지 공부하였고, 좋은 점수를 거두게 되어 컬럼비아 로스쿨에 진학 후 결국 뉴욕에서 검사가 된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원대한 목표를 갖고 검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이 있었던 게 아니다. 삶의 순리를 따르면서 순간에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LSAT 공부하기를 결심했을 때도 최선을 다한 것처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전심을 다한 것뿐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게 무엇일까? 우선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은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었다. 암기력에 뛰어나진 않았기에 논리적 인과관계 비중을 더 중요시하는 LSAT 공부가 그의 적성에 맞아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되새이게 된 것은 그 어떤 경험도 버릴 게 없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어록인 connecting the dots처럼 언젠가는 모든 경험들이 생각지도 못한 청사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1. Ends does not justify the means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그리고 검사가 하루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동력 역시 거창한 이념이나 목표가 아니라 평범한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만족감에서 온다는 사실을.


목적지. 목표. Goal. 크고 작던 달성 하고픈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trade off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희생이 따른다고 믿는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좋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희생과 마음가짐은 별개다. 희생한다고 해서 우울감과 자기 연민에 빠지는 공식(?)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런 착각에 빠지면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어떤 결심을 했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그 과정을 담담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하루를 버텨내는 것은 작은 만족감에서 온다는 것이다.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과정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지나 결국 기억에 짙게 남는 것은 과정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기억이다.


2. 남일이라고 해서 방관하지 말자

리웨이 씨의 어머니는 미국에 있는 동안 교회에서 주는 고구마나 과일을 안 먹고 모아두었다가, 늦은 시각까지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발치에 놓곤 했다. 세상이 던질 돌을 두려워하는 그녀들 앞에서 리웨이 씨의 어머니는 두 손에 돌을 드는 대신 고구마와 과일을 든 것이다. 거리의 젊은 시인 나스 역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돌 대신 잔을 들자고 외쳤다. 우리는 무엇을 들 것인가?


의식 있는 시민은 자기중심적인 세상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환경오염, OECD 국가 자살률 1위, 증가하는 노인 빈곤층과 고독사...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심할 수 있다. 혹은 개인의 행동이 얼마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마음으로 인해 행동을 개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식 있는 시민이라면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분리수거 철저하게 하는 것.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텀블러를 이용하는 것. 집에 반찬 보관도 플라스틱 용기보다는 유리를 사용하는 것.


재능 기부를 하는 것도 사회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다. 어떤 거창한 게 아니다. 재능 기부란 방과 후 아이들과 축구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뜨개질을 가르쳐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든 사람마다 각자 사연들을 갖고 있다. 특별히 어르신들을 보면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 속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밤낮 가릴 것 없이 자식들만큼은 가난을 되물려 주고 싶지 않은 세대가 우리 부모님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이다. 생각해보면 머나먼 세대도 아니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일평생을 소처럼 일한 어르신들이 많을 텐데 노인 고독사 혹은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연락을 드리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연락만큼 반가워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연락드려보도록 하자.

그녀의 사랑의 표현. 이 글을 쓰고 난 후 할머니께 전화 드렸다.


3. 흔히 '위기''기회'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위기는 극복하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반면에 '진짜' 위기는 늘 소리 소문 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위기가 눈앞까지 다가와도 그것이 위기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위기들은 피해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사람들은 막상 위기가 눈앞까지 다가와도 그것이 위기임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순간보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상은 위기인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1)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자기 계발서는 때론 '힐링'이 아니라 '킬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은신처인 것처럼 피신하여 읽기만 하고 분별력이 수반된 행동을 개시하지 않으면, 영원히 관념에 빠져 현실로 이룰 수 없게 된다. 망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려면 자신의 민낯을 직시 해야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에서 서장훈 씨를 다시 보게 된 것도 비수 같지만 뼈가 되는 조언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건 삶으로 살아냈기에 조언할 자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언도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한테 들어야 한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스스로에게 답문 하고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다. 완벽할 필요 없다. 일단 시작부터 하는 거다.


(2) 원치 않는 일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경우를 보면 내면의 alert 경보를 듣지 않고 행동했을 때다.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다. 순리에 거스르면 일이 꼬이게 된다. 어떻게 알아차리는가? 마음이 평안한 지가 기준이 된다. 때론 개인의 욕심으로 인해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일을 벌리는 경우가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지혜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분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현상에 대해 과연 이게 이성적인가 비이성적인가 조금만 나아가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성적으로 판단하는가? 단순히 '긍정'이라는 관점으로 판단을 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worst case scenario 까지 시뮬레이션 하는 자가 준비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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