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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장미 Aug 06. 2024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을 방문하다!

홋카이도의 여름 견문록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을 방문하다.     

사카이마치 거리를 걷다가 시계탑이 연기를 뿜으며 뿌-우 소리를 내서 시선과 발길을 그 쪽으로 돌렸다. 시간이 정각도 아니었고 30분, 15분 단위도 아니었는데 왜 연기와 종소리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는 건물이었다. 그래도 건물은 외관상 적당히 괜찮아 보였고 사람들도 많이 들어가길래 나도 들어갔다. 그곳은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이었다.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은 가지 않으려 했다. 교토 아라시야마에 있는 오르골 박물관을 갔었는 데, 그냥 무난무난했다. 하지만 오르골은 사치품이기에 무난무난 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안 살 거 왜 가나 싶어서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은 여행 일정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들어가게 되었다. 

    

이곳의 오르골들은 웅장했다. 무난무난한 사치품이라 안 사는 것들이 아니라, 웅장한 사치품이라 못 사는 것들로 가득했다. 2천 ~ 4천만원 상당의 오르골이 가득했다. 무슨 디젤펑크 세계관의 소품을 보는 듯했다. 어쩌다 보니 연주 시각에 방문해서, 파이프 오르간 오르골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파이프 오르간을 처음 들어봤을 때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그 웅장함을 흉내 내고 있었다. 이곳은 이 연주를 들은 것만으로 올 가치가 충분했다. 

기술의 발전은 사치품을 만들어버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LP판, 태엽시계, 각종 지갑, 가방 등등의 본연 기능을 훨씬 충족시킬 싸고 좋은 대체 상품들이 범란했다. 오르골도 이들과 같은 운명을 맞이한 상품 중 하나다. 우리는 음악을 오르골로 듣지 않는다. 들을 필요가 없다. 오르골 음악만의 장점도 오르골 음악이 담긴 mp3파일 재생하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장인들은 오르골을 만들고 전시한다. 이곳에서 구매한 오르골은 타타인 혹은 자신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다. 비록 오르골에 담긴 것은 음악뿐이지만 이것이 재생하는 것은 음악뿐만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 감정 그리고 분위기. 

'사치품'의 또 다른 이름은 '명품'이다. 이곳의 오르골도 그렇다.


#홋카이도여행 #오타루여행 #오타루오르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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