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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Oct 25. 2019

내 아이의 약점, 조바심 내지 마세요

성장은 지적이 아니라 사랑에서 시작된다

외동아이라고 해서 특별한 약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전자, 어떤 환경,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다. 외동이라서 이기적인 것도,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배려심과 사교성이 넘치는 외동아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외동아이가 가질 약점을 걱정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가진 기질이 무엇인지 바라보는 것이 먼저다.

내 아이에게 가장 고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내성적인 성격이다. 특히 사람 많은 곳을 꺼린다. 놀이터를 좋아하면서도 사람이 많으면 가지 않는다. 모르는 또래 아이가 말을 걸면 쭈뼛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아이의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짜증 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빠... 다른 놀이터 가자. 여기 싫어.”
“벌써 세 번째잖아.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어딜 가도 사람이 많다고. 이럴 거면 그냥 집에 가!”

꼭 나를 닮았다. 나는 여행을 가도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5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은 웬만하면 거절한다. 사람이 많다는 생각만으로도 피곤해진다. 나를 닮은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너도 사회생활이 쉽지 않겠구나’ 싶다. 그래서 더 짜증을 내는지도 모른다. 왜 하필 그런 점을 닮아서 아빠를 속상하게 하는 건지.

세상의 어떤 아이도 부모가 원하는 대로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닮지 말았으면 하는 점들만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아이 기질을 쉽게 바꿀 수도 없다. 오히려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아이는 불행해진다. 자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기에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아무리 내성적이라고 해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이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금 불편할 때가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사람의 기질에는 양면성이 있다. 내향성이 가지는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들은 혼자서 조용히 글씨를 쓴다든지 레고 조립을 한다든지 집중과 몰입의 시간을 많이 가진다.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느새 한글을 뗐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이 높고 학습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아이는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는다고 느낄 때 행복하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이가 가진 기질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존재 전부를 사랑해주어야 한다. 부모가 완벽한 아이를 바라는 순간, 아이의 행복은 완벽하게 깨진다.




아이들에게 부족하고 서투른 모습이 보여도 조바심 낼 필요 없다. 인생은 과정이다. 완성된 순간이 찾아오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삶을 배우고 훈련한다. 부모인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을 버티고 견뎌내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나도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교회와 대학, 직장을 거치면서 많이 변했다. 필요할 때는 외향적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근본적인 기질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성장한 것이다.

훈련과 성장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실패를 견딜 수 있는 인내다. 쪽팔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 더 내딛을 수 있는 용기다. 자존감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에도 자기를 사랑하고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아이들은 성장할 수 있다. 부모의 수용과 사랑이 중요한 이유다. 부모가 아이의 약점을 자꾸만 들추어내 지적하면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싶어 약점을 고치려 노력하겠지만 아이의 마음은 쓰라린 상처로 채워지고 자존감은 낮아진다.

성장은 지적이 아니라 사랑에서 시작된다. 아이의 부족하고 서투른 점까지도 품어주고 사랑할 때 아이 내면에 성장의 힘이 쌓여간다. 자녀의 인생은 길다. 조바심 내지 말고 오늘 분량의 사랑을 채워주는 것, 부모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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