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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Oct 22. 2019

외동아이의 미래가 불안한가요?

형제관계가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

언젠가 아내가 이런 끔찍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야,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에 교통사고가 났는데 우리 둘 다 죽고 태한이만 남으면 어떡하지?”

하나뿐인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병든 노부모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거나, 부모가 죽은 후에 홀로 세상에 남겨지는 일이다. 부모로서 자녀의 인생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외동아이로 키우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형제들이 있다면 부모에 대한 부담감을 나눠질 수 있고, 삶의 힘든 순간에 서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글, 아니 정확히는 댓글들을 읽고 생각이 흔들렸다.


제목: 외동 확정이었는데 문득 걱정이 되네요

전 자매로 자랐고 연년생에 늘 경쟁자처럼 살면서도 결국 자식 자랑 이물 없이 서로 들어주고, 조카 잘되면 자랑스럽고, 퉁퉁부은 얼굴로 화장 안 하고 편히 만나 동네에서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건 언니뿐이네요.
아버지 아프셔서 둘이 병원 번갈아 모시고 가고 돈도 나누어냈고 엄마도 번갈아 들여다보고 상의할 사람이 있어 좋은데 저희 아이는 혼자 해야 하니 가슴 한켠 짠해요.

(중략)

형제 못지않은 좋은 친구 사귈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요ㅠ 아이가 힘들고 외로워서 절 원망할 수도 있겠죠? 아직까진 외동이라 좋다 하지만요.


글쓴이는 자매와의 좋은 관계를 생각하며, 외동인 자녀를 걱정한다. 그리고 이 글에는 저마다의 형제論을 가진 사람들이 댓글들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는데, 댓글들이 비추는 삶이 가지각색의 빛깔을 띠고 있다.

[화목한 형제만 있는 건 아니다]

님은 언니랑 사이가 좋아서 나눠하는 일에 불만이 없어 그런 생각을 하시는 듯. 형제끼리 사이 나쁘면 남만 못해요. 전 자매고 남편은 외동인데 차라리 외동은 빼박 내 일이라 걍 하는데 사이가 안 좋은 언니와 나눠하려니 스트레스받아요.


[결국 책임지는 건 한 명이다]

저는 자매 중 막내, 남편은 형제 중 장남인데 저는 거의 집안일에 도움 안 되는 막내고 남편은 반대로 집안일 다 떠맡는 장남이라 형제가 과연 필요한가 회의적이에요. 형제가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건 거의 동생 쪽이더라고요. 여럿 있어도 결국 책임지는 건 한 명이고.


[친구 같은 관계는 동성, 터울 적을 때만 가능하다]

연달아 딸이면 몰라도 아들이면 성인 된 후 멀어져요. 친구 같은 자매형제는 동성일 때나 또 터울 적을수록 가능.


[외동은 무조건 안 좋다]

중고등 됐어도 성인 됐어도 외동으로 산거 부러워하지 않던데요. 조카는 지금도 자기가 외동인 거 싫어해요. 솔직히 형제가 있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내 피붙이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는 건 도움이 되고 아니고를 떠나서 좋지는 않아요.


[많으나 적으나 일장일단이 있다]

친정 시댁 똑같이 자식 셋이에요. 친정은 뭐든 셋이 똑같이 분담하고 챙기니 좋아요. 시댁 형제 둘은 외국에 있어서 남편이 외동이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형제 눈치 안 보고 비교할 것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하니 이 또한 좋아요. 결론은 자식 입장에서는 일장일단이 있으니 좋은 점만 생각하세요. 저도 외동맘입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적었을 텐데,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인생은 역시 ‘케바케(case by case)’ 인가 싶다. 내 삶을 든든하게 할 ‘형제의 조건’ 은 없다. 형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의 무게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그러니 외동이라서 미안해할 필요도, 동생을 낳아줘야 하나 고민할 필요도 없다.


부모의 역할이 있다면 아이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비록 형제라는 핏줄은 없을지라도, 마음줄이 이어져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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