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4..
오늘은 공동육아 한마당이 있는 날이다.
공동육아 한마당은 말 그대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공동육아 방과후에서 모두 모여 하루 신나게 노는 날이다(제대로 설명을한 건지 모르겠다만, 정말 모두 모여 신나게 노는 날이다). 코로나 이전 2018년에 갔던 게 마지막이니 5년만의 행사인데 나는 엄마 병원 예약 때문에 남편과 튼튼이만 참석했다.
저녁에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있는데 사진만 봐도 웃음이 난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리는 것만 같고, 아 참 재밌었겠다... 이런 마음의 소리가 불쑥 불쑥 고개를 내민다.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놀기 좋은 계절인 10월에는 행사가 참 많다. 주말마다 행사가 있어서 때론 힘들기도 했던 것 같은데, 한 해 한 해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나게 놀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제, 나무에게 오늘이 공동육아 한마당이라고 하니 나무가 나도 갈까? 하고 묻는다.
동생의 어린이집 행사에 따라 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말 갈 거냐고 물으니, 학원 가야지. 하면서 웃는다. 그런데 내심 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은 것 같았다. 나무도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공동육아 방과후를 다녔는데, 3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다니던 방과후를 그만두게 되었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방과후까지 6년을 함께 지냈던 친구들이 궁금했던 건 아닌가 싶다(그때 함께 했던 아이들의 동생이 아직도 방과후에 다니고 있는 집이 있어서 오늘 행사에 누가 오고 누가 않오는지 얘기를 나누었던 터다).
처음 나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을 때, 그때의 나는 육아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다. 공동육아로 아이를 키우면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나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고, 튼튼이도 이제 어린이집 생활이 1년여 정도 더 남았다. 그 시간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기대와 좌절과 분노와 공감들이 넘실대는 시간이었다. 물론 그 감정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조금 잔잔하게 일렁이는 것 같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아이를 온전하게 그 아이로 봐주는 것. 교과서에 나올 것 같은 그 말이 너무나 맞는 말이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향과 기질과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는 것 같다. 동시에 아이들은 정말 여러가지 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이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아이가 자라면서 보여주는 모습을 그대로 봐주기. 존중하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기. 나무와 함께 12년을 보내면서 내가 잘 해내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은 것도 사실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자라는 나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무를 내가 원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무와 숱하게 싸우면서 이제는, 나무를 내 아들로만 보는 게 아니라 나무라는 한 사람으로 보려고 한다. 이 아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뻐근해진다.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투닥투닥 자주 싸우겠지만, 함께 잘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