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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나 Apr 22. 2022

해결되지 않은 감정

나를 견디는 일

해결되지 않은 감정

통이 하나 있다.

각각에게 솟구친 감정들을 통에 눌러 담아 두었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마음에 남아 속을 메스껍게 한다. 너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내가 너에게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 내 밑바닥만큼은 보이지 않기 위해 꾹 꾹 눌러 담은 감정들은 속에 남아 이따금씩 나를 메스껍게 한다. 소화가 되지 않아서 마음을 상하게 하여 부패하게 만든다.

그 메스꺼움은 나 때문이다. 내뱉지 못하고 눌러 담은 감정들을 알기 때문에 메스껍다. 누구에게도 내뱉지 못하고 눌러 담은 그 말들을 알기 때문에 메스껍다. 그러한 감정과 말을 생각한 나 자신에게 메스껍다. 참고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마음으로 내 쓰레기를 뒤덮고 살듯이 너 또한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너의 토사물도 뒤집어쓴 들, 이미 내 것을 뒤집어쓴 내가 무엇이 달라질까. 내 손으로 내 왼쪽 뺨을 때렸는데 너에게 내 오른쪽 뺨을 맞는들 무엇이 달라질까.


네가 내 토사물들을 모르는 채 살아서 그저 다행이다. 내뱉지 못한 말들은 배설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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